택시 파업과 서울시민...서울시내 이모저모
상태바
택시 파업과 서울시민...서울시내 이모저모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12.20 1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일, 택시 총파업...12만 명 여의도 집회
서울시내 거리 한산해, 지하철 등은 북적
시민들 반응 차가워...서울시 운행률 47%
요금 현실화 하고 택시기사들 생각 바꿔야
 
택시 파업 날 몰라보게 한산한 모습의 잠실역 인근. 사진: 민준식
 
20일 예고한대로 전국 택시기사들이 운행을 중지하고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12만 명의 택시기사들이 이곳에 모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는 마포대교 위를 행진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택시가 운행을 멈춘 날 서울시내 거리를 둘러봤다.
 
다섯 살배기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하고자 평소 이용하던 카카오택시 앱을 이용해 택시를 호출하려던 주부 정모씨는 30분이 지나도 호출에 응답이 없어 외출을 포기했다. 평소에는 호출하면 1분 내 응답이 오고 5분 내에 집 앞에까지 오던 택시가 이날은 없었다.
 
평소 자가용을 몰고 서울시 중랑구에서 경기도 하남시까지 출퇴근을 하는 자영업자 김모씨는 이날 출근을 30분이나 빨리 할 수 있었다. 평소 정체로 한 시간 가까이 걸리던 출근길이 30분도 안 걸린 것이다. 도로를 뒤덮고 손님 기다린다고 불법주정차 하면서 교차로를 막아서던 택시들이 사라지자 만성체증에 시달리는 서울시 도로상황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이다.
 
택시 파업이 벌어진 날 서울시내 거리는 한산했다. 신호 두 세 번은 받아야 지나갈 수 있었던 잠실역 사거리를 녹색등이 켜지자 바로 지나갈 수 있었다. 강남구 교차로마다 뒤엉켜 있던 택시들이 없어지자 거짓말처럼 강남 도로의 소통상황은 원활해졌다.
 
택시는 평소의 반도 안 보였다. 가끔씩 오렌지색의 법인택시가 뻥 뚫린 도로를 내달렸다. 자가용은 운전하고 다니는 시민들은 쾌재를 불렀다.
 
지하철역으로 들어서자 상황은 달라졌다. 평소 한가해야 할 시간에 전동차마다 사람들이 그득했다. 택시를 타지 못하는 시민들이 버스와 지하철로 몰렸기 때문이다. 퇴근시간에는 꽤나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택시기사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카풀앱의 출시를 결사반대하며 거리로 나섰다. 서울시는 20일 택시 파업으로 시내 택시 중 47%만 운행 했다고 전하며 출퇴근 미상 수송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택시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평소에 승차거부, 난폭운전, 불친절 등 이용하기 불편했던 택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여기서 나온다. 운전자들은 택시가 거리에서 사라져 교통소통이 원활해졌다고 반기고 있다.
 
택시기사들도 할 말은 많다. 도로는 막히고 요금은 오르지 않는데 연료비, 수리비는 계속 올랐고 법인택시 기사들은 월급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사납금은 맞춰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루 12시간 운전은 기본이다.
 
기본요금을 몇 백 원 올리고 주행요금을 올려봤자 사납금이 함께 오르면 택시기사들이 손에 쥘 돈은 이전과 다름이 없다. 수요가 가장 많은 저녁시간에 운행을 기피하는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계속 있는 한 특정 시간대 공급부족은 계속될 것이고 그러면 시민들의 불만도 지금과 같을 것이다.
 
택시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즉, 집 앞에서 목적지 앞까지 모셔다주는 고급 서비스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택시는 기사의 입맛 따라 아무데에서나 태우고 길거리에 내려주는 시스템이다. 기사가 갑이다.
 
이유가 있다. 택시기사들이 사납금을 채우고 조금이라도 더 벌어가려면 최대한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태워야하기 때문이다. 당연 법규위반은 기본이요 난폭운전도 서슴치 않게 된다.
 
정부는 택시 완전 월급제를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이런 말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택시기사 완전 월급제나 사납급 폐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통관련 책임자가 새로 올 때마다 부르짖던 공약이었다. 그러나 월급제가 제대로 시행되기는커녕 사납금은 계속 오르고 택시기사들의 수입은 계속 줄어들었다.
 
돈이 항상 모자라는 정부는 무작정 세금을 쏟아 부을 수는 없다. 결국 서비스를 개선해 시민들이 만족하고 운수종사자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으려면 요금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수준에 비해 택시 요금이 저렴한 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들인 돈이 적으면 돌아오는 것도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택시는 한 사람의 종사자가 한두 명을 모시는 고급 교통수단이다. 여기에 버스처럼 준공영제 등 세금을 투입해 모자라는 수익을 메워줄 수는 없다. 결국 이용하는 시민이 조금 더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일본 MK택시의 성공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다. 교통뉴스 자료영상 캡처.
 
택시 종사자들도 자신들만 시민을 모시고 다닌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공유경제를 통해 우리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우버가 활성화 돼 이동이 편해지고 남는 방을 관광객들에게 제공하고 요금을 받는 B&B 사업도 각광을 받고 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만 아직도 20세기 사고방식에 갇혀 큰 세상을 보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아니면 아무도 못 한다’고 외치면서 택시를 세우고 거리로 나간 택시 종사자들은 생각을 다시 해야 할 것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