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3의 고성능 모델 GT를 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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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3의 고성능 모델 GT를 타보다!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11.2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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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두루 모두 뛰어난 성능의 컴팩트 GT
국민 스포츠카 ‘아방스(아반떼 스포츠)’의 기아차 버전이 나왔다. 기자의 취향으로는 아반떼보다 훨씬 잘 생긴 모습으로 ‘아방스’의 훌륭함을 모두 가진 녀석이 온 것이다. 유러피안 감성을 살릴 5도어 해치백 모델도 선보였다. 기아의 준중형차 K3의 고성능 모델인 K3 GT를 타보았다.
 
K3 GT는 5도어 패스트백 스타일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박효선
 
K3는 올해 첫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탄탄한 차체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승차감과 연비, 상품성, 그리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았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었던 성능을 한껏 끌어올린 K3 GT는 GT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꽤 잘 달리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다.
 
‘나 좀 달려’를 표방하듯 GT 로고가 안 촌스럽게 달려있고 입체적 벌집모양의 그릴에 빨간색 장식이 들어갔는데 검은색과 빨간색이 강렬한 조화를 이루며 운동선수 같은 첫인상을 준다.
 
빨간색 장식이 섞인 그릴이 스포티하다. 사진: 박효선
 
시승한 5도어 모델은 세단과 다른 패스트백 스타일이지만 골프나 현대 i30 같은 해치백과는 또 사뭇 다르다. SUV처럼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뒷유리가 이 차에서는 세단의 그것처럼 길게 완만하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스타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모양인데다가 해치백 스타일 자체가 ‘저렴한’ 차로 인식돼 별로 인기가 없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이 차를 마주한 기자들의 평은 엇갈렸다. 평소 실용적인 차를 좋아하는 기자의 취향에는 잘 맞았다.
 
5도어 스타일은 매끈한 몸매를 자랑한다. 사진: 박효선
 
뒷 테일램프는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못난이 인형의 길다란 눈처럼 찢은 테일램프가 유행이 된지는 오래지만 이 모습은 얼마 전 타본 메르세데스-벤츠의 CLS와 비슷하다.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은 범퍼로 내려갔다.
 
커다란 듀얼 배기구가 좀 잘 달릴 것 같은 모습을 완성하고 그 배기구에서 나오는 소리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벨로스터N의 우렁찬 포효와는 거리가 있다.
 
커다란 두 개의 배기구에서 나오는 사운드는 꽤 우렁찼다. 사진: 박효선
 
인테리어는 기존 K3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 GT 로고가 들어간 메탈 장식과 엄청나게 큰 지지대로 몸을 제대로 감싸주는 의자 정도가 다르다. 특히 시트는 운전할 때 가장 편한 자세를 만들어주면서 몸을 잘 잡아주는 것은 물론 안락하기까지 했다. 가죽의 재질이 별로 좋지는 않았지만 가격대를 생각하면 용인할만한 수준이다.
 
깔끔한 인테리어는 익숙한 모습이다. 사진: 박효선
 
마감재 또한 꽤 고급스럽고 잘 조립돼 잡음도 없었다. 다만 검은색 일색의 인테리어가 단조로워 보였다. 시트의 빨간색 박음질과 GT마크가 인테리어에서 유이한 장식으로 보였다. 도어패널 상단 바람 나오는 곳 주변에 피아노 블랙 하이그로시 마감 사이로 색상이 변하는 무드등을 넣었는데 이 또한 낮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에 역시 장식적 요소로 들어간 하이그로시 블랙 마감이 빛을 반사하며 시야에 거슬려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이쯤에서 기아자동차가 자랑하는 스펙을 들여다볼 시간이다.
 
일단 고장력 강판과 구조용 접착제를 듬뿍 사용해 차체강성이 뛰어나다며 수치까지 제시했다. 엔진은 기존 204마력 27토크의 1.6 터보 직분사 유닛이다. ‘아방스’, i30, 벨로스터, 코나, 투싼, 심지어 쏘나타, K5에까지 쓰이는 현대차그룹의 주력 엔진이다.
 
204마력을 내는 1.6 터보엔진은 단점이 거의 없다. 사진: 박효선
 
7단 건식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변속 속도와 반응성을 개선했다고 한다. 전동식 스티어링휠도 응답성과 민첩성을 개선하도록 프로그램과 부품을 손봤다고 한다. 서스펜션도 전용 튜닝을 거쳤고 브레이크도 대용량이다.
 
인터넷에서 경멸의 대상이었던 후륜 토션빔(CTBA) 서스펜션은 좌우바퀴를 독립적으로 정교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멀티링크 방식으로 바뀌었다. ‘아방스’는 물론 비슷한 크기의 컴팩트카와 중형차에 쓰이는 셋업과 거의 동일하다.
 
그리고 시승차에 들어간 타이어가 무려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PS4다. 자동차가 빨리 달리고 돌고 설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타이어를 동급에서 가장 성능이 좋다는 명품으로 끼웠다.
 
미쉐린 PS4 타이어의 성능은 명불허전이었다. 사진: 박효선
 
커다란 18인치 휠에 끼워진 Michelin 마크를 보며 기자의 마음은 이미 호감으로 돌아섰다. 달리기 성능에 주력한 여름용 타이어라 승차감은 약간 튀고 소음도 일반 타이어보다는 많지만 실제 달려보니 나쁘지 않았다.
 
달려본 결과 그 호감이 타이어 브랜드 때문에 각인된 플라시보가 아니었음이 증명됐다. 일단 시승구간에서는 타이어에서 미끄러지는 굉음을 들을 수 없었고 차는 시종일관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타이어는 접지력이 남아있는데 브레이크는 그보다 먼저 한계를 보였다.
 
트랜스미션도 빨라졌다. 스포츠모드에선 제법 변속충격도 용인하면서 기어를 빨리 바꾸려고 노력했다. 수동모드에서의 반응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빨라졌다. 특히 기어를 내릴 때 민첩해졌다.
 
그러나 건식 타입의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여전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사리는 모습이 남아있었다. 특히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가속할 때 반응이 반의 반 박자 느렸다. 건식 듀얼클러치는 가볍고 동력전달 효율은 좋은 대신에 열에 취약하고 큰 힘을 전하기 힘들어 스포츠성보다는 연비절감에 더 최적화 된 변속기라고 알려져 있다.
 
1.6 터보 직분사 엔진의 음색은 꽤 깔끔하고 부드럽다. 작은 배기량에서 204마력을 쥐어짜는데도 엔진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느낌은 같은 배기량의 스마트스트림 1.6 엔진보다 훨씬 덜하다. 대형 고급차인 그랜저 2.4에 들어가는 세타엔진보다도 여유로울 정도다.
 
배기음은 크지는 않지만 중후하고 나름 스포티한 음색을 냈다. 앞에서 들리는 엔진음과 뒤에서 들리는 배기음이 어우러져 꽤 괜찮은 소리를 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상으로 엔진 사운드를 증폭시킨다는 그 시스템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피커에서 나름 으르릉 거리는 소리를 비교적 낮은 rpm때부터 토하기 시작하는데 그 소리가 조화롭지 못하고 오히려 망친 느낌이다. 스피커에서 뭔가 벅벅 긁는 듯한 탁한 소리가 꽤 부드러운 엔진음색을 덮어버리며 실내에 퍼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따로 이 소리를 끄는 기능을 찾을 수 없었는데, 에코모드에서는 이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이 때 이 차의 엔진과 배기음이 가장 좋았다.
 
기아차도 현대와 마찬가지로 승차감, 주행안정성, 핸들링의 접점을 잘 찾은 모양이다.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통통 튄다. 그런데 속도를 올리면 통통 튀던 차가 아래로 깔리면서 승차감이 좋아진다. 속도가 빠를수록 승차감은 좋아지며 고속 안정성 또한 매우 좋아진다.
 
묵직한 스티어링휠은 기존 기아차에서 보였던 유격과 부자연스러움이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빠르다. 조금만 돌려도 많이 돌아간다는 얘기다. 그래서 운전 재미가 있었다. 경쾌한 엔진, 변속기 반응과 가벼운 차체, 기가 막힌 타이어, 안정적인 서스펜션과 듬직한 스티어링까지. 잘 달리는 녀석의 기본기는 제대로 갖추었다.
 
25만 원 하는 미쉐린 타이어 옵션은 필수 장착으로 추천한다. 또한 TUON 패키지를 내, 강화 서스펜션 패키지(강화부싱, 독일 빌슈타인(Bilstein) 댐퍼, 강화 스프링)와 브레이크/인테이크 패키지(대용량 디스크 및 로우스틸 패드 + aFe 흡기시스템)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잘 달리는 K3 GT의 시트는 편했고 운전은 즐거웠다. 사진: 박효선
 
달리는 즐거움과는 별개의 기능이지만 K3 GT의 운전보조 시스템도 꽤 괜찮았다. 기존 최상위급 모델에서 볼 수 있는 고속도로 주행보조(HDA)는 빠졌지만,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시켜주면서 차를 세우고 차선을 알아서 유지시켜주는 기능은 들어가 있어 실제 스티어링과 두 페달에서 손발을 떼고도 운전이 가능했다.
 
네비게이션 시스템과 연동해 급커브 구간이나 과속카메라 단속구간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기능과 신호등에 걸려 정차했을 때 다시 출발 시켜주는 기능만 빠졌을 뿐 아주 똑똑하고 쓸만한 주행보조 시스템이었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2.1km. 초반 풀가속 및 난폭운전 등 광란의 질주를 하고도 기록한 시승 연비는 리터당 12.7km다. 너무 밟지만 않으면 리터당 14~15km정도 찍는 것은 쉬워 보였다.
 
5도어 스타일의 K3 GT의 가격은 2,224만 원부터 시작한다. 시승차는 2,464만 원하는 플러스 트림에 TUON 튜닝부품을 제외한 모든 옵션이 들어간 모델로 가격은 2,798만 원이나 한다. 위에 언급한 TUON 고성능 서스펜션(145만 원)과 브레이크 옵션(93만 원)을 더하면 가격은 3천만 원을 살짝 넘는다.
 
단점이 거의 없는, 국내 도로사정에 딱 맞는 실용적이면서도 잘 달리는 차 하나가 나왔다. 초반 계약도 5도어 모델이 더 많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해치백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먹힐지는 알 수 없다. 기자의 눈으로 보아도 세단 모델이 더 균형 잡혀 보였고, 게다가 세단 수동변속기 모델은 2천만 원 이하에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세단의 인기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박효선
 
한 메이커(한 지붕 두 메이커)가 국내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에 많은 것을 담은 좋은 차가 나온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이 차는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같은 가격대에 훌륭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 차를 견제할 모델이 한 지붕 아래가 아닌 다른 메이커에서 나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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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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