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SUV 시승기 2選: G4 렉스턴 & 티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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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SUV 시승기 2選: G4 렉스턴 & 티볼리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10.0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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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4~5일 이틀간 미디어 시승행사 열어
2019년형 G4렉스턴과 티볼리 디젤 시승행사
G4렉스턴은 SCR 추가해 강화된 유로6d 충족
티볼리 1.6 디젤은 주행소음과 승차감 대폭 개선
 
쌍용자동차가 지난 4-5일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었다. 사진: 민준식
 
쌍용자동차가 오랜만에 시승행사를 열었다. 지난 4일 김포에 위치한 서울 마리나베이에서 쌍용의 2019년형 SUV 두 대를 타볼 기회를 얻었다.
 
먼저 타본 차는 쌍용의 기함인 G4 렉스턴이다. 2.2리터 디젤엔진과 벤츠가 공급한 7단 변속기를 얹은 G4 렉스턴은 파워트레인에 큰 변화를 주었다. 강화된 실제 주행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d를 클리어하기 위해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해주는 SCR(선택적 환원촉매)를 장착한 것이다.
 
당당한 풍채의 G4 렉스턴은 조용히 잘 달렸다. 사진: 쌍용자동차
 
SCR은 디젤엔진의 골칫거리인 질소산화물(NOx)를 90% 이상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더욱 강화된 유로6 규정을 맞출 유일한 후처리장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복잡한 배관과 비싼 후처리 촉매를 장착해야 해 차 가격이 올라가고 운전자는 요소수를 보충 하면서 운행해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당당한 풍채와 고급스럽고 넓은 실내는 그대로다. 다소 높은 시트포지션을 통해 넓고 시원한 시야가 파노라마 뷰가 되어 눈 앞에 펼쳐진다. 높은 차의 최대 장점인 탁트인 개방감은 G4 렉스턴의 강점이다.
 
당당한 풍채의 렉스턴은 고급스럽다. 사진: 민준식
 
시동을 걸어도 디젤엔진의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덜덜거리는 금속음이 강했던 쌍용차의 디젤엔진은 이제 옛날 얘기다. 공회전 소음은 두터운 이불 여러 채를 덮어놓은 것처럼 억제되어 있었고 엔진회전수가 올라가도 소음이 거슬리지 않았다. 너무나 조용하다보니 에어컨 바람 나오는 소리가 거슬릴 정도다.
 
그런데 회전수를 3천rpm 이상으로 올리자 4기통 특유의 웅웅거리는 부밍음이 들렸다. 물론 두터운 흠차음재 뒤에서 들려왔지만 울림은 분명히 있었다.
 
기어를 D에 놓고 출발하자 이내 미끄러져 나간다. 쌍용차는 가속페달을 밟아도 반응이 둔하고 조금 깊게 밟아야 가속이 된다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조금만 밟아도 시원스럽게 2톤짜리 덩치가 튀어나간다. 엔진은 소곤소곤 속삭이는데 튀어나가는 기세는 꽤 활기차다.
 
거대한 8기통 엔진을 얹은 미국산 대형 SUV가 부럽지 않을 발진성능이다. 으르릉 거리는 흡배기음이 들리는 미국산 V8엔진에 비해 나긋나긋한 소리를 내는 쌍용의 4기통 엔진은 너무나 조용하다.
 
의외로 활기찬 가속성능에 놀라 조금 욕심을 내봤다. 고속에서는 얼마나 더 잘 나갈까 급가속을 위해 엔진 회전수를 올렸다. 나긋나긋하던 엔진은 갑자기 귀가 멍한 느낌의 부밍음을 낸다. 그런데 차는 더 이상 가속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초반의 맹렬한 기세는 사라지고 답답하고 둔한 반응만 보인다. 엔진만 열심히 큰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승차감은 G4 렉스턴의 강점이기도 하다. 키가 큰 차답게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넉넉해 충격을 흡수할 공간이 많다. 그리고 스프링과 쇼크업소버(댐퍼)를 조율해 매칭시키는 능력은 예전부터 탁월했다. 8개의 커다란 고무 부싱을 덧대어 연결된 차체와 프레임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진동을 잘 흡수한다. 결과물은 아주 조용한 주행소음과 부드러우면서 탄탄한 승차감이다.
 
그런데 속도가 빨라지고 노면이 거칠어지면 밸런스가 흐트러진다. 8개의 차체 부싱은 잔진동과 노면소음을 흡수하는 대신 큰 충격을 받으면 부싱 자체가 부르르 떨면서 여진을 차체에 전달한다. 맨홀뚜껑을 밟고 지나가면 충격이 한 번만 올라오지 않고 여러 번 차체가 떠는 증상이 있다. 프레임 방식 차체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승용차의 모노코크 차체는 고속으로 달리며 충격을 받으면 앞바퀴 뒷바퀴에서 한 번씩의 충격만 올라온다. 이에 비해 고무로 떠받쳐진 프레임 방식의 차체는 이 충격이 여러 번 증폭되는 것이다. 단단하게 느껴졌던 차체강성이 흐트러지는 순간이다.
 
초반 반응에 올인한 178마력의 4기통 엔진, 느린 속도에서의 승차감과 차체강성, 그리고 오프로드를 주파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차체는 이 차의 성격을 잘 설명해준다. 스포티한 고속주행용 고성능 SUV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쯤에서 경쟁차인 기아 모하비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비슷한 크기의 차체에 260마력이나 되는 출력, 그리고 꽤나 반응성이 빨라진 8단변속기는 G4 렉스턴보다 한 수가 아니라 몇 수 위다. 그런데 고속에서 무너지는 차체강성은 다름이 없다. 그 엄청난 힘을 즐기기도 전에 차체가 무너져버리니 김이 샌다.
 
똑같은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저속에서의 차체반응은 G4 렉스턴이 더 낫다. 실내도 더 조용하고 발진성능은 시속 80킬로미터 내외로 달릴 때는 80마력이나 힘이 센 6기통 엔진이 부럽지 않다.
 
페이퍼상 ‘스펙’이 딸리는 차가 더 잘 팔리는 이유다. 일상 주행을 할 때 아쉬움이 없고, 오히려 저속에서의 느낌이 더 나은데다가 가격도 매력적이며 실내마감이나 구성도 뛰어나다. 기아 모하비를 자주 타봤던 기자가 늘 가졌던 G4 렉스턴의 성공 이유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눈에 띄는 색상의 개성만점 티볼리는 여기자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사진: 쌍용자동차
 
곧이어 타본 티볼리는 쌍용차의 승용차 베이스 모노코크 SUV다. 승용차 기반의 차체로 만들다보니 앞서 언급했던 프레임 바디의 고속에서 무너지는 느낌은 없다. 경쟁사에 손색없을 정도로 튼튼한 차체 덕분에 고속에서도 안정성이 꽤 좋다.
 
시승행사에 나온 여기자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먼발치에서도 차가 너무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여심을 자극하는 컬러와 디자인이 먹혀들고 있다는 증거다.
 
1.6리터 디젤엔진은 G4 렉스턴만큼 소음이 걸러지지는 않았지만 거슬리지 않고 회전질감도 좋다. 2.2 디젤엔진과 마찬가지로 힘은 초반에 다 나온다. 일본 아이신의 6단 변속기는 변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동력손실이 적고 부드럽다.
 
3년 전 티볼리를 처음 타봤을 때 가장 실망했던 부분은 노면소음이었다. 흡차음 대책도 미흡했고 차체설계 또한 노면의 거칠음을 그대로 전달하는 구조였다.
 
그 약점이 이제는 꽤나 개선됐다. 물론 앞서 시승했던 렉스턴에 비하면 노면소음이 거칠게 올라왔지만 이제는 경쟁 소형/준중형차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 탄탄한 승차감에 NVH가 개선되니 이제는 자동차 자체로도 꽤나 매력적인 녀석이 됐다.
 
3년 전에 비해 주행소음이 비약적으로 개선됐다. 사진: 쌍용자동차
 
기자의 지인들은 비교를 좋아한다. 그래서 티볼리를 타봤다고 하니까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코나랑 비교하니 어떻냐”고. 현대 코나는 같은 세그먼트에서 경쟁하는 차종이지만 기자의 의견으로는 티볼리와 성격이 다른 차다. 티볼리는 작은 차체에도 넓은 공간과 실용성을 가졌고 좀 더 편하게 탈 수 있는 차다. 이에 비해 코나는 ‘나 좀 달려!’를 외치는 스포츠카에 가깝다. 공간, 소음, 승차감에서 잃을 것이 많다.
 
티볼리에서도 쌍용차는 달리기 실력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이 우리나라에서는 잘 먹히고 있다. 경쟁력 있는 가격대에 불편함이 없고 예쁜 차를 내놓으면 팔리기 마련이다. 자동차로서의 완성도는 다소 뒤쳐질 수 있지만 잘 팔릴만한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
 
쌍용의 간판 차종인 G4 렉스턴과 티볼리는 절대 판매대수로는 많지 않지만 쌍용차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중요한 모델임에는 이견이 없다. 경쟁사 대비 성능은 다소 아쉬워도 상품성과 가치로 밀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고 있다.
 
쌍용차의 앞길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주력엔진인 디젤엔진은 시장에서 점점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그리고 소형 디젤엔진도 강화된 규정을 맞추려면 비싼 장비들을 주렁주렁 달아야 하는데 이러면 최대 강점인 가격경쟁력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경쟁사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가며 친환경 신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쌍용차가 이 경쟁에서 얼마나 잘 싸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지금도 엔지니어들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이다. 소비자의 니즈와 성향을 잘 파악해 정곡을 찌르며 성공을 이어왔던 쌍용차는 지금 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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