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ES300h 시승기 - 더 세진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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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300h 시승기 - 더 세진 강자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10.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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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정확히는 1989년) 렉서스 ES가 미국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만큼 조용하고 부드럽고 고장 안 나는 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네 명이 타고서 고속도로를 시속 100마일로 달려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정숙성은 레전드 그 자체였다.
 
1989년 출시됐던 1세대 ES. 사진출처: consumerguide.com
 
1990년 미국에서 처음 타보았던 ES250의 ‘넘사벽’ 정숙성과 승차감의 기억이 가물가물 해지려고 하는 21세기 어느 날, 기자는 28년 만에 다시 ES를 제대로 타볼 기회를 얻었다.
 
2019년형으로 6년 만에 풀체인지 돼 돌아온 ES는 기존 비단처럼 부드러운 6기통엔진 대신 앳킨슨 사이클의 2.5리터 4기통 엔진과 모터가 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일본 무사의 투구 모양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이는 스핀들 그릴은 그 이미지처럼 전투적인 모습을 찾았다. 입체적인 형상에 패턴이 유기적으로 맞아 떨어지면서 아래쪽이 넓어보이게 한 디자인은 넓고 낮은 저중심 설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뉴 제네레이션 ES300h의 앞모습. 사진: 민준식
 
슈퍼카급 성능을 자랑하는 LC의 전투적인 얼굴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인상이 패밀리카인 ES에도 잘 어울린다.
 
스포츠카 LC의 공격적인 스핀들 그릴이 전 모델로 퍼졌다. 사진: 민준식
 
날렵한 사이드라인을 지나 이어지는 테일램프는 길게 찢어진 눈 모양인데 다른 차에서도 많이 보아 익숙하다. 앞 그릴처럼 트렁크리드도 입체적으로 처리해 볼륨감은 뛰어나다.
 
고급 가죽과 마감재로 뒤덮힌 인테리어는 여전하다. 의자는 배기지 않으면서 몸을 잘 지탱해주고 스위치 위치나 배열도 완벽하다. 인테리어에서 흠잡을 곳을 찾기가 어렵다. 모든 럭셔리카 메이커들이 따라해야 할 부분이다.
 
실내는 인체공학적이고 마감은 최고 수준이다. 사진: 민준식
 
새로운 파워트레인은 모든 것을 효율에 맞춘 친환경 엔지니어링의 결정체다. 엔진 하나만 가지고도 열효율을 41%까지 끌어올렸다고 한다. 실린더 내의 폭발 후 배기가스가 더 잘 빠져나가도록 해 깨끗한 공기가 더 잘 흡입되도록 함으로써 효율을 올리는 앳킨슨 사이클을 가진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은 178마력을 내며, 여기에 120마력(88KW)의 전기모터를 더해 차를 끌고 나간다.
 
e-CVT라고 이름붙인 하이브리드 전용 변속기는 일반적인 무단변속기(CVT)와는 달리 기어비를 바꿔주는 벨트와 풀리가 없다. 대신 모터와 엔진의 상호작용을 통해 엔진 회전수를 변화시키는 다소 생소한 구동방식을 채용하고 있는데 작동 느낌은 무단변속기와 비슷하다.
 
지면을 다 할애해도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엔지니어링을 통해 완성된 파워트레인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km당 93g에 불과하며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7km에 달한다. 엔진과 모터를 합치면 218마력의 힘을 내며 1,715kg의 커다란 차체를 무리 없이 끌고 나간다.
 
실내는 조용하고 가속성능은 뛰어나다. 사진: 민준식
 
렉서스는 신형 ES를 소개하면서 서스펜션과 정숙성에 상당부분을 할애했는데, 본사의 ‘타쿠미(장인)’으로 불리는 이토 요시하키 장인도 불러 새로운 기술을 설명했다. 그중 눈길을 끌었던 ‘스윙밸브’ 방식의 쇼크업소버는 부드러운 승차감과 단단한 안정성을 겸비했다고 한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가진 서스펜션은 잔 진동 흡수를 잘한다. 댐퍼(쇼크업소버)의 감쇄력이 작기 때문에 바퀴가 작은 충격을 받아 빠른 속도로 조금씩 움직일 때 바퀴가 보다 자유롭게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드러운 댐퍼는 크고 느리며 둔탁한 충격을 받았을 때 차체를 잡아주지 못하고 눌리거나 튀어 오르고 출렁이도록 한다. 고속에서 떠다니는 느낌을 줘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스프링의 여진을 댐퍼가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윙밸브는 날카롭고 빠른 진동을 흡수하면서 느리고 둔탁한 진동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빠른 상하운동의 잔 진동이 올라오면 스윙밸브가 열려 댐퍼 내의 오일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해 부드러운 승차감을 주고, 상하 움직임이 느린 둔탁한 충격을 받을 때에는 그것이 닫혀있어 오일 흐름을 막음으로써 댐퍼의 감쇄력을 강하게 해 출렁거리거나 눌림 등을 막아주는 것이다.
 
스윙밸브의 작동원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토 장인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을 직접 보여주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열의를 보였다.
 
렉서스의 '타쿠미(장인)' 이토 요시하키씨는 자부심과 열정이 대단했다. 사진: 민준식
 
렉서스의 시그니쳐인 정숙성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2중 접합유리, 공명음을 줄여주는 알루미늄 합금 휠, 각종 흡차음재 적용, 단단한 차체, 스피커를 통한 소음 상쇄(ANC) 기술까지 다양한 소음저감 기술이 총망라 되었다고 렉서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자랑했다.
 
홍보 담당자들의 화려한 프리젠테이션이나 ‘장인’의 자신감 넘치는 설명만큼 새로운 ES는 뛰어났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새로운 ES는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섰다. 사진: 민준식
 
새롭게 엔지니어링 된 저중심 설계의 플랫폼은 토요타 그룹 내의 중형차들과 공유하며 렉서스는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게 더욱 보강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 단단하다는 차체강성은 출발하자마자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저속으로 달릴 때의 승차감은 의외로 단단했다. 예전 렉서스의 나긋나긋했던 승차감을 기대했다면 다소 놀랄 수도 있겠다. 함께 동승한 타 매체의 기자는 비슷한 크기의 그랜져보다 승차감이 나쁘다고까지 말했다.
 
그런데 진동을 흡수하는 능력이 상당히 좋다. 자잘한 진동은 적당히 흡수하면서 큰 진동은 잘 억제했다. 속도를 조금 올리자 이내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한다. 탄탄하면서 출렁임은 없고 잡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단단한 차체와 잘 조율된 서스펜션이 주는 선물이다.
 
그런데 속도를 많이 내면 밑천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일단 승차감을 위해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를 길게, 즉 바퀴가 아래위로 많이 움직이게 해놓아 고속에서 큰 충격을 받으면 차체 거동이 불안해질 여지가 있다.
 
짧은 시승코스에서 제대로 느껴보지는 못했지만 꽤 빠른 속도로 교량 연결부위 등 다소 큰 범프(충격)를 만났을 때 그런 기미가 느껴졌다. 또한 4계절 타이어의 그립(접지력)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4기통 엔진이 잠에서 깨어날 때 의외로 큰 소리에 놀랐다. 주변 소음이 너무 조용해서인지 엔진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음색이 다소 거칠었다. 6기통 엔진의 부드러운 트럼펫 6중주 소리 대신 오래된 뚝배기를 숟가락으로 박박 긁는 소리가 난다. 그런데 속도가 올라갈수록, 그리고 급가속을 하느라 엔진 rpm이 올라갈수록 그 소리가 더 멀어진다. 탁월한 소음차단 능력이다.
 
날렵한 차체는 고속으로 갈수록 조용하고 편안했다. 사진: 민준식
 
빠르지 않은 속도로 도로를 달릴 때에는 타이어와 차체에서 들려오는 노면소음이 의외로 있었다. NVH가 평범한 수준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다가 속도를 높이니 이런 소리들이 묻히기 시작한다. 고속에서는 예전 시속 100마일 질주 속에서의 담소가 가능하다.
 
단순히 흡차음재를 덕지덕지 발라 소음을 차단하는 수준이 아니라, 모든 소리를 튜닝해 최적의 사운드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스피커를 통해 주변 소음을 상쇄시켜주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 또한 한 몫을 했으리라. 평범했던 엔진소음과 로드노이즈가 속도를 높이자 최고수준의 정숙성을 자랑하는 ‘전설의 렉서스’로 변모했다.
 
CVT 특유의 ‘헛도는’ 동력전달 또한 많이 좋아졌다.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 rpm이 지나치게 치솟지 않고 저rpm을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상승한다. 제법 직결감이 생긴 것이다. 동네 ‘오도방구’가 굉음을 내며 rpm을 올려 튀어나가는 것이 아닌 고급 세단의 부드럽고 조용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계기반을 보면 좀 잘 달릴 것 같고 실제로 잘 달린다. 사진: 민준식
 
하이브리드 차량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배터리를 충전한다. ‘회생제동’이라는 기능인데, 이 때 충전량에 따라 브레이크를 밟는 답력보다 제동력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면서 제동력이 일정치 않아질 때가 있다. 그런데 렉서스의 제동성능은 일반 차량과 차이가 없을 만큼 자연스럽다. 하이브리드 기술 면에서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토요타의 기술력이 녹아있다.
 
연비는 의외로 잘 안 나왔다. 고속도로보다 시내 주행에 유리한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 때문일까 고속도로 위주의 시승구간에서 트립컴퓨터를 통해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15.4km로 공인연비보다 한참 못 미쳤다. 나중에 더 길게 시승해볼 기회가 있으면 다시 검증해야할 부분이다.
 
손을 놓고도 고속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는 주행보조 시스템도 체험해 보았는데 차선을 따라가는 능력은 뛰어났고 앞 차와의 간격을 잘 유지하며 부드럽게 운전했다. 그런데 터널 안에서 차선을 읽지 못하는 상황이 한 번 있었다. 국내 메이커에 비해 우리나라 도로의 차선을 잘 읽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속카메라가 있으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기능도 여기에는 없다.
 
길게 찢어진 모양의 테일램프는 익숙하다. 사진: 민준식
 
렉서스 ES는 우리나라 실정에 아주 잘 맞는 차다. 그동안 판매량이 이를 증명한다. 그 차가 더 좋아졌다. 완벽하게 스포츠성을 가진 차로 탈바꿈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있던 단점을 거의 완벽하게 보완했다.
 
쎈 녀석이 돌아왔다. 그리고 더욱 강력해졌다. 승차감 좋고 고급스러우면서 조용하고 고장 안 나는 차를 찾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강자임은 분명하다. 수입차 판매량 순위 윗부분을 항상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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