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즈 엔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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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즈 엔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을까?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08.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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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배기량 엔진 대신 터보 추가한 소형 엔진 유행
실험실 연비는 좋지만 실제 도로주행 상황은 악화
적절한 배기량을 유지하는 “라이트 사이징” 유행
 
기아 옵티마(K5)의 다운사이즈 엔진은 245마력을 낸다. 사진출처: KIA USA
 
몸집을 줄이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란 단어는 여러 곳에서 즐겨 쓰인다. 기업이나 정부 등 여러 사람과 자원이 모인 단체가 몸집을 줄여 최적의 효율을 찾고자 노력한다는 컨셉으로 출발한 다운사이즈가 자동차 산업에서도 유행이다.
 
2009년, YF 쏘나타가 파격적인 모습으로 변신하면서 데뷔할 때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을 위한 6기통 모델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6기통 3.3리터 엔진 대신 4기통 2리터 엔진에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압축해주는 터보차저를 더해 6기통 엔진 이상의 출력을 내고 연비는 2리터 4기통 엔진만큼 좋게 하겠다는 것.
 
현대자동차가 다운사이즈 엔진을 최초로 도입한 것은 아니지만 이후 2리터 엔진에 터보차저를 더한 방식은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도 앞 다투어 도입하기 시작했다. 한 술 더 떠 1.5리터급, 1리터급 엔진에도 터보를 얹어 다운사이즈를 하게 됐다.
 
BMW의 유명한 실키식스 6기통 엔진은 이렇게 일반 모델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기존 3.0리터 직렬 6기통 엔진 대신 4기통 2.0리터에 터보차저를 더해 출력과 토크는 더 개선한 ‘다운사이즈’ 엔진이 나온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 라이벌 메르세데스-벤츠도 동급 E클래스에 3.5리터 엔진 대신 2리터 터보엔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연료를 실린더에 고압으로 직접 분사하고 그냥 버려지는 배기가스의 압력을 이용해 흡입공기를 압축해 엔진 안으로 밀어 넣음으로써 효율을 늘리고 출력도 올린다는 일석이조의 신기술 다운사이징. 과연 말처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을까?
 
그림 출처: Car & Driver
 
위 그래픽은 미국의 유명 자동차 잡지인 Car & Driver가 직접 테스트 한 비슷한 크기의 예전 방식의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 들어간 모델과 다운사이즈 터보 엔진 모델을 비교해 정리한 것이다.
 
컴팩트 사이즈인 BMW 328i는 230마력을 내는3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을 얹고 제로백 5.9초, 테스트 연비 25MPG(10.6km/L)를 보인 반면 비슷한 크기에 210마력짜리 2리터 다운사이즈 엔진을 얹은 아우디 A4는 제로백 6.7초, 테스트 연비는 23MPG(9.7km/L)을 기록해 다운사이즈 엔진이 출력과 연비 모두 떨어졌다.
 
출력과 가속성능이 낫지도 않고, 미국 EPA 공인연비는 다운사이즈 엔진이 조금 나은 것도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고, Car & Driver가 직접 시승 하면서 측정한 연비는 다운사이즈 엔진 모델이 오히려 나쁜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터보차저를 이용한 다운사이징 기술은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엔진 자체의 배기량이 작아 연비에 유리할 수는 있지만 급가속이나 언덕길을 오르면서 힘이 많이 필요할 때에는 오히려 연료 소모가 많다는 것이다.
 
큰 부하가 걸리지 않는 연비인증 등 실험실 환경에서는 터보차저가 흡기 압축을 덜 하고 그에 따라 연료 분사량도 적어 같은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의 연료 소모율과 비슷한 결과를 낸다는 것이다. 도로에서 다운사이즈 엔진 차량으로 조금 “쏘면”, 4기통이 아닌 8기통 연비가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실제 일어나고 있다.
 
직분사 터보엔진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단점은 직분사 고압축 엔진의 특성인 노킹 현상과 그에 따른 내구성 저하다. 전문용어로 LSPI(Low Speed Premature Ignition: 저속 조기점화)라고 불리는 노킹 현상은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때 엔진에서 “갸르륵” 하는 금속성 소음이 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 소음을 절대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전문용어에서 지칭하듯이 이 소리는 피스톤이 공기를 다 압축하기 전에 미리 폭발이 일어나는 조기점화 현상이며, 이 때 폭발압력이 피스톤을 때리면서 쇠구슬 구르는 듯한 잡음을 내는 것이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 심하면 피스톤이 깨지기까지 하며 실린더 내벽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
 
지속적인 노킹은 피스톤을 이 정도로 망가뜨릴 수 있다. 사진출처: 80tq.com
 
이를 막기 위해 최신 엔진의 ECU는 점화시기를 조절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킹을 줄이는데, 이 때 출력이 떨어지게 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연료 소비는 더욱 늘어난다.
 
실험실에서 꽤 좋은 연비를 내는 다운사이즈 엔진이 길거리에 나오면 8기통 슈퍼카급 연비를 낸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일부 자동차 메이커는 “Rightsizing(적정사이즈)”라는 용어를 쓰며 저배기량 고압축 터보엔진 대신 적절한 배기량의 자연흡기 또는 터보 엔진으로 회귀하고 있다. 배기량을 무리하게 줄이고 터보로 압축해 쥐어짜는 방식 대신 기계에 무리를 주지 않는 물리적인 ‘순리’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토요타 캠리의 최신 2.5리터 엔진은 ‘라이트 사이징’의 좋은 예다. 작은 엔진을 쥐어짜는 대신, 적절한 배기량을 유지해 반응성과 힘은 유지하면서 연료분사, 밸브타이밍을 최적화하고 열효율을 끌어올려 출력과 연비를 동시에 잡는 방식이다.
 
토요타 캠리에 새로 쓰인 2.5 리터 엔진은 효율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Toyota USA.
 
마쓰다의 Skyactive 2.5 엔진은 또다른 좋은 예다. 이 엔진은 하이브리드 엔진에 쓰이는 앳킨슨 사이클을 이용해 효율을 극대화 하면서 실제 주행상황에서 유연한 반응과 출력을 내 좋은 평을 듣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기존 2.4리터였던 세타2 자연흡기 엔진의 배기량을 2.5리터로 늘리고 터보엔진에도 2.5리터와 2.3리터 배기량을 추가할 것이라는 계획이 있다고 전해진다.
 
터보차저 엔진을 주로 쓰는 유럽의 고급차 메이커들도 일제히 배기량을 조금씩 늘려 엔진에 주는 물리적 부하를 줄이고 최적화 하는 “라이트 사이징”을 도입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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