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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컴패스 시승기 - 험로를 달리는 CUV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07.18 00:17
높은 지상고, 넉넉한 서스펜션으로 험로 거침없어
고속주행 안정성도 경쟁사 CUV에 비해 손색 없어
인테리어 마감 좋아지고 편의장비 모두 갖춘 상품성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아쉬움 남아
 
 
어디든 달리는 'Go anywhere!'를 외치며 정통 오프로더를 표방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프, 그 강인한 이미지의 브랜드도 최근 시류에 따라 도심형 SUV라는 크로스오버 차량을 내놓기 시작했다.
 
컴패스는 전륜구동 기반의 크로스오버 공식을 고스란히 따른 차량인데, 예전모델은 지프 특유의 강인함이 강조됐지만 다소 투박한 끝마감과 주행성능으로 경쟁에서 약간 뒤처지는 느낌을 준 것이 사실이다.
 
투박한 지프의 CUV가 환골탈태해 다시 돌아왔다. 일곱 개의 세로형 그릴은 지프 윌리스부터 이어져온 헤리티지를 그대로 따랐고 사다리꼴로 각진 휠하우스 오프닝은 여전히 강인한 옆모습을 준다. 그런데 장식과 세심한 디테일이 예사롭지 않다. 적당히 섞은 피아노 블랙과 블랙크롬, 무광 크롬, 알루미늄 장식이 잘 어우러져 꽤나 세련된 모습이다.
 
 
매끄럽기까지 한 옆 라인은 섹시한 쿠페같기도 하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라인은 뒤로 이어져 깔끔하게 끝난다. 리어 램프도 거슬리지 않게 매끈한 바디라인과 어울리면서도 지프 특유의 디자인 언어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디자인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기자가 알고 있던 과거 지프의 투박하고 거친 인테리어는 꽤나 세련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시보드와 도어패널 상단은 푹신한 우레탄과 인조가죽으로 되어있고 그 질감도 나쁘지 않다. 조금 번들거리는 것이 눈에 거슬렸을 뿐.
 
그러나 아직도 거친 마감은 곳곳에 있다. 앞 도어패널과 뒷 도어패널의 재질이 다르다. 부드러운 우레탄 재질의 앞도어패널과는 달리 뒤는 딱딱한 플라스틱 마감이다. 그리고 그 마감 상태가 매우 저렴해 보인다. 미국차의 잔재가 아직은 남아있는데 이 세그먼트에서는 흔하다. 다만 일본이나 독일산 차량은 저렴한 플라스틱도 고급스러워 보인다.
 
 
가죽시트는 고급차의 그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부드럽고 착좌감도 좋다. 다만 몸을 감싸주는 포근함은 없다. 이는 지프 브랜드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 차에 달린 의자가 편하게 느껴지려면 허리 40인치에 몸무게가 100kg은 되어야 할 것 같다. 미국차니까 이해가 간다.
 
스위치등 각종 컨트롤 류의 배치나 작동감 또한 엄청 좋아졌다. 미국차도 이제는 실내공간이나 마감 뽑아내는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의 텔레매틱스는 자동차를 스마트폰화 시켜주는 문명의 이기다. 시승차량에는 아이폰이 한 대씩 놓여져 있었고 USB 케이블을 통해 애플 카플레이를 실행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자의 안드로이드 폰을 연결해 국내에서 며칠 전 시작된 안드로이드 오토의 카카오내비 또한 작동시켜볼 수 있었다.
 
왕년에 맑은 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했던 하이파이 오디오 알파인(Alpine)이 프리미엄 오디오로 들어가 있었다. 9개의 스피커를 통해 들려져 오는 음악소리는 예전의 맑고 청아한 소리보다는 쿵쿵거리는 보스(Bose)의 울림이 더 많이 들렸다. 지프의 터프함과 잘 맞아 보였다.
 
엔진은 2.4리터 가솔린 엔진 한 가지만 선보인다. 이 엔진은 예전에는 ‘타이거샤크’, 지금은 ‘멀티에어’라는 팬시한 이름을 붙였는데 태생이 흥미롭다. 10여년 전 미쓰비시, 크라이슬러, 현대자동차 세 회사가 연합해 글로벌 엔진 얼라이언스(Global Engine Alliance)를 출범하게 되는데 거기서 나온 엔진이 바로 이 2.4리터 4기통 엔진이다.
 
 
이 엔진은 국내, 그리고 미국에서 논란의 중심이 됐던 현대 세타엔진이기도 하다. 당시 현대자동차가 이 엔진의 기본 얼개를 설계했고, 미쓰비시와 크라이슬러도 이 설계를 기반으로 자기들 입맛에 맞게 세팅해 다양한 엔진을 내놓았다. 세 회사는 엔진블록은 공유하면서도 엔진이 숨을 쉬는 흡배기 시스템과 헤드는 각자 디자인해 사용했다.
 
기자의 개인 차량인 LF쏘나타에도 똑같은 배기량의 2.4 엔진에 직분사 시스템을 더해 193마력을 내는 세타2 개선형 엔진이 들어가 있다. 기자의 애마와 태생이 같아 관심이 갔는데 느낌은 사뭇 달랐다. 태생이 비슷한 이 엔진은 직분사가 아닌 간접분사를 채용했으며 출력은 175마력, 토크는 23.4로 직분사를 쓴 세타엔진에 비해 출력은 다소 떨어진다.
 
기자의 쏘나타와 전반적으로 흡사한 엔진음을 가져 너무나 익숙했는데, 다소 거칠고 특히 고회전 영역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세타엔진과는 달리 지프의 2.4 엔진은 어느 영역에서나 나긋나긋한 숨소리가 먼발치서 들려오는 느낌을 준다. 기본적으로 엔진소음도 적을 뿐만 아니라 방음대책도 꽤 잘 세운 것으로 보인다.
 
175마력짜리 엔진에 기자 4명을 태운 공차중량 1640kg의 올 뉴 컴패스는 조금 버거웠다. 엔진 자체의 출력도 얌전했는데 이와 짝꿍을 맺은 독일 ZF의 9단변속기는 더 얌전했다.
 
얌전하다 못해 굼뜨고 느렸다. 변속 속도는 기자가 수동변속기 차량을 클러치 밟아가며 기어 바꾸는 것보다도 느렸고 가속페달을 밟아도 즉답을 안 하고 뜸을 상당히 들인 다음 마지못해 가속을 시작하는 어리버리함도 보인다.
 
ZF의 전륜구동용 9단 변속기는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기어비가 너무 넓어 최고단인 9단은 거의 들어가지 않고, 9단이 들어가면 순항 rpm이 너무 낮아 응답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고 연비도 별로 좋지 않은데다가 변속 충격도 가끔 있었다는 평이다.
 
올 뉴 컴패스의 9단 변속기는 변속충격이나 이상한 반응은 없었지만 너무 느리고 느긋해 가뜩이나 부족한 엔진 출력의 아쉬움을 배가시켰다. 강인한 오프로드 성능을 자랑하는 지프의 이미지와도 별로 부합되지 않아 아쉽다.
 
시속 100km을 달릴 때 순항 엔진 회전수는 8단에서 1,500rpm정도다. 9단은 들어가지도 않는다. 보통 단 수가 많아지면 기어비를 잘게 쪼개 응답성을 높이면서 최고단은 순항기어로 두는데 이 변속기는 그 폭을 너무 크게 잡은 듯하다. 시속 120km가 넘어가야 9단으로 변속이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1단에서 6단까지는 다른 차량 6단변속기와 다를 바 없었다.
 
다양한 주행코스를 지나면서 가장 빛났던 부분은 역시 노면이 거친 험로를 주파하는 능력이다. 신기하게도 둔했던 엔진과 변속기가 험로를 만나자 네 바퀴를 열심히 돌리며 치고 나간다. 지프의 ‘독보적’인 4x4 시스템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접지력을 잃을 것 같으면 어느새 동력을 전달해 차를 밀어준다. 모래, 자갈, 물, 깨진 콘크리드 장애물...어떤 노면에서도 어떡해서든 탈출한다. 다른 CUV에서는 볼 수 없는 장점이다. 게다가 최저지상고가 높고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길어 충격 흡수력이 좋다. 승차감도 적당히 출렁임을 용인할 정도로 부드러운 편이다.
 
 
같은 세그먼트의 리더라 할 수 있는 폭스바겐이나 토요타의 CUV에서는 볼 수 없는 지프만의 특성이다. 이 세그먼트의 경쟁차는 차고가 높을 뿐 서스펜션의 특성이나 세팅은 승용차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쉬운 파워트레인을 가지고도 이정도로 오프로드를 잘 가는 실력은 지프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차체강성도 자랑하는 만큼 단단하다. 요즘 생산되는 최신 차량들은 충돌테스트도 거의 다 만점을 받고 가장 저렴한 컴팩트카도 고급차인 벤츠만큼의 차체강성을 자랑한다. 올 뉴 컴패스도 예외는 아니다. 이 덕에 고속주행 안정성도 놀랄 만큼 뛰어나다.
 
스티어링도 지프의 둔함보다는 BMW의 빠릿빠릿함에 가깝다. 적당히 민감해 조금만 돌려도 반응이 빠르고 정확하다. 센터 부근에서의 노는 느낌도 없이 타이트하다. 손을 놓아도 고속으로 똑바로 가는 직진성이 뛰어나 고속운전에 스트레스가 없다.
 
속도를 올리면 우리나라 국도의 거친 노면에서 타이어를 통해 올라오는 노면소음은 들려온다. 그러나 엔진음이 조용하고 풍절음도 적어 고속주행을 하면서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컴팩트 SUV, 흔히 크로스오버라고 불리는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한 레드오션이다. 쟁쟁한 플레이어들이 버티고 있고 국산차도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들여다보면 수입차 시장은 이미 폭스바겐, 토요타, 혼다, 닛산은 물론 더 위급인 BMW, 벤츠, 재규어, 랜드로버 등도 앞다투어 컴팩트 SUV를 내놓도 있으며 가성비로 똘똘 뭉친 국산 SUV도 만만치 않다.
 
지프의 독보적인 매력인 오프로드 주행성능은 녹슬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할 다른 매력이 돋보이는지는 의문이 든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은 차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차량의 고속주행 성능은 중요하지 않지만 험한 길을 많이 다녀야 하는 운전자에게는 권장할만한 SUV다. 지프의 명성은 그대로 녹아있어서 그렇다. 운전도 여성운전자도 편할 만큼 쉽다. 시야는 없고 차체 크기는 컴팩트하며 핸들링 또한 경쾌하다.
 
 
이래저래 소비자들은 즐겁다. 뛰어난 차를 여럿 두고 고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돈만 있으면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지프의 입장에선 많이 팔고 싶겠지만 일단 풀 라인업을 갖추고 지프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는 것만 해도 충분해 보인다. 토요타나 닛산처럼 많이는 못 팔아도, 폭스바겐이나 마쓰다처럼 자동차 리뷰어들의 찬사는 못 들어도 올 뉴 컴패스는 지프만의 ‘독보적’인 매력이 충만한 차다.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junsik.m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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