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 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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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 타보다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07.06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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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사실상 전기차?
2.0리터 가솔린 엔진 + 두 개의 모터가 조합된 동력계
가솔린 엔진보다 전기모터가 더 강력한 사실상 전기차
아쉬움 없는 가속성능에 컨트롤은 그대로, 연비는 대박
 
 
40살이 넘은 ‘꽃중년’의 연륜을 자랑하는 혼다 어코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드디어 출시됐다. 하이브리드 동력계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4기통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풀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는 이미 상용화 되어서 같은 급인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도 거의 비슷한 연비와 성능을 내는 하이브리드 세단을 내놓고 있다. 무단변속기가 아닌 6단 자동변속기와 모터, 엔진이 결합된 방식이다.
 
국산 모델은 엔진이 주로 차를 끌고 간다. 전기모터는 엔진을 보조하고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모터만으로도 차를 끌고 갈 수는 있지만 힘이 약해 가속이 시원스럽지 않다.
 
혼다 어코드에 쓰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6단 변속기와 엔진 사이에 모터를 달아 구동을 돕는 국산 하이브리드 차량과 그 작동 방법이 상당히 다르다. 일단 이 차에 들어간 전기모터는 출력이 184마력에 달한다. 모터만으로도 꽤 시원하게 달릴 수 있을 정도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엔진과 모터. 변속기 자리를 두 개의 모터가 차지했다.
 
그래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모터가 주 동력원이다. 엔진은 배터리 전압이 떨어져 충전이 필요할 때와 급가속을 할 때 힘이 더 필요할 때만 잠에서 깨어난다. 2.0리터 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의 출력은 147마력에 불과하다.
 
두 동력원의 출력을 합치면 300마력이 넘어야 하지만 엔진은 주 업무가 배터리 충전이다 보니 실제 시스템 출력은 215마력이라고 혼다는 발표했다.
 
차량 소개를 할 때에는 이차의 변속기가 e-CVT라고 소개했지만 사실 변속기가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동력을 모터가 거의 전담하고 있는데다가 전기모터는 최대토크가 정지상태부터 나오기 때문에 기어비를 나누는 변속기가 없어도 시원하게 가속을 하고 언덕길도 오를 수 있다.
 
이 복잡한 설명을 듣고 나니 얼핏 떠오른 파워트레인이 디젤 기관차다. 열차 수십 량을 끌고 나가야 하는 디젤기관차에 일반 트럭처럼 엔진과 변속기를 달면 복잡하고 공간도 없다. 그래서 디젤기관차는 거대한 디젤엔진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 모터를 돌림으로써 그 무거운 열차를 끌고 가는 것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이것과 거의 비슷한 원리로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 시승을 하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중립이나 P 상태로 차가 서 있을 때 엔진이 돌아가기도 하는데, 이때 악셀러레이터 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엔진은 요지부동 하면서 일정 rpm을 유지한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다.
 
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해 모터가 더 많이 작동하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차량 속도에 별로 개의치 않고 엔진이 작동하는 것을 보며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닌 전기차를 운전하는 느낌을 받았다.
 
동력이 어떻게 얻어지고 에너지가 어떻게 흐르는지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
 
급가속을 심하게 해야 엔진이 힘을 쓰며 무단변속기 차량이 ‘부아앙~’ 하면서 가속하는 것을 재현할 수 있었다. 모터가 모든 힘을 낼 때 배터리를 충전하는 엔진도 모터에 일부 힘을 보태 일반 엔진 차량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가속성능은 제원상의 출력인 215마력짜리 세단의 성능을 넘지도 못 미치지도 않는다. 2.0 터보모델처럼 고개가 젖혀지도록 맹렬한 가속성능은 아니지만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힘은 충분했다.
 
시승을 한 날은 습도가 높고 기온이 높아 에어컨이 계속 돌아가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도 자주 잠에서 깨어났다. 게다가 연비보다는 성능을 느끼려고 오른발에 더 힘을 주어서인지 엔진이 계속 힘을 보태 시승연비는 공인연비에 미치지 못했다. 트립상 연비는 리터당 16.9km가 찍혔다.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청평과 춘천호반을 달렸다.
 
혼다의 정교하고 안정적인 스티어링 감각과 핸들링은 아직 죽지 않았다. 직진안정성은 나무랄 데 없었고 핸들링은 날카로웠으며 차체 거동은 빈틈이 없었다. 승차감도 적당히 부드럽게 충격을 받아주면서 필요할 때 자세를 잡는 실력이 괜찮았다.
 
17인치 휠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위해 구름저항이 적은 전용 타이어가 들어간 것 치고는 코너링 성능도 나쁘지 않았다. 워낙 기본 베이스가 탄탄해 기본적인 운동성능은 타고난 것이다.
 
스티어링 감각은 시승이 끝나고 귀가할 때 타고 온 기자의 4년 묵은 북미형 쏘나타(2.4 모델)의 핸들(스티어링)을 잡자마자 그 차이점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든든하고 안정적이었던 어코드를 타다가 쏘나타를 타니 갑자기 스티어링에 유격이 많이 생긴 듯한 느낌 때문에 매일 타는 차인데도 운전이 어색했다.
 
실내공간이나 마감품질 등은 이미 전에 체험해본 다른 모델과 다르지 않았다. 엔진회전수를 보는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rpm 게이지(타코미터) 대신에 배터리 충전과 동력분배를 알려주는 게이지가 있다는 것이 거의 유일한 차이점이다.
 
드라이브트레인이 다른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2.0 터보모델과 비슷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그 장단점도 그대로 공유하는 모양이다. 운동성능과 핸들링이 좋고 외부소음도 비교적 잘 차단하는 장점과 함께 타이어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큰 단점도 그대로다.
 
우리나라의 거칠고 포장한지 오래된 국도길이나 콘크리트 노면을 지날 때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조용하다고 할 수 없었다. 새로 포장된 노면에서는 그 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노후된 노면에서의 소음은 거슬렸다. 귀가할 때 몰고 온 기자의 쏘나타가 노면소음은 덜 들렸다.
 
혼다가 자랑하는 운전보조 시스템인 혼다 센싱은 그 이름만큼이나 안전을 지키는 데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행하면서 차선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은 거의 반자율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정교한 국내 메이커의 그것보다 떨어졌다. 차선을 잘 못잡아주고 거의 이탈할 때가 되어서야 제자리로 차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겉모습에서 하이브리드임을 알아챌 수 있는 단서는 전용 엠블렘과 휠, 그리고 배기구 정도다. 나머지는 다른 모델과 거의 차이가 없다. 앞뒤 그릴이나 테일램프 등을 차별화 하는 타 메이커들과 달리 혼다는 디자인의 통일성을 택한 모양이다.
 
옆모습에서 하이브리드임을 알 수 있는 단서는 휠과 엠블렘 뿐이다.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도는 자동차의 기본기에 충실한 혼다 어코드. 10세대 모델은 동급 최고라 할 수 있는 실내공간에 더 진일보한 파워트레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형 럭셔리세단만큼 널고 편한 실내공간에 경차보다 더 좋은 연비를 가진 패밀리카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이다.
 
가격은 비슷한 크기의 그랜저나 K7 하이브리드보다 많이 높지 않다. 그러나 마감 수준이나 안락함, 편의장비 등을 놓고 비교해보면 상품성이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렵다. 어코드는 미국의 중산층이 타는 패밀리카다. 럭셔리함과는 거리가 좀 있다. 국산 준대형차의 고급스러움과 상품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뛰어난 연비, 주행성능, 승차감, 핸들링, 실내공간 등은 확실한 장점이다. 그러나 일부 허술한 마감, 다소 크게 들려오는 노면소음, 정교하지 못한 주행보조(차선보조) 시스템은 아쉬움이 남는다.
 
혼다의 뛰어난 기술을 모두 담고 돌아온 10세대 어코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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