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크로스오버 캐딜락 XT5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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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크로스오버 캐딜락 XT5 시승기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06.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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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통(通) 기자의 미국차 타보기
캐딜락의 중형 SUV XT5는 첫인상부터 다부지다. 깍두기를 썰어놓은 것처럼 각진 스타일은 비례가 좋아 “싸움 좀 잘하게” 생겼다. 그리고 캐딜락의 전통적 스타일도 잘 녹여냈다.
 
6기통 3.6리터 엔진과 일본제 아이신 8단 변속기는 궁합이 잘 맞는다. 강건한 차체, 단단한 서스펜션과 믿음직한 브레이크는 2톤 나가는 덩치를 잘 다스린다.
 
 
미국인들은 XT5를 캐딜락의 컴팩트 SUV라고 부른다. 컴팩트하다는 차체가 폭이 1.9미터가 넘고 길이도 4.8미터가 넘는다. 국산차 기준으로는 현대 베라크루즈나 기아 모하비 덩치다. 차 무게도 2,030kg에 달한다. 우리나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기가 버거운 사이즈다.
 
키 180cm에 몸무게는 2백 파운드에 가까운 몸매의 기자를 잘 아는 미국인들은 기자를 보고 “애버리지(average: 평균) 사이즈”라고 말한다. 그들의 호방함은 차급을 나눌 때에도 나온다.
 
2015년 두바이와 상하이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XT5는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생산되며 중국산 모델은 다행히도(!) 중국 내수 전용이다. 중국산 모델은 2.0리터 터보엔진이, 나머지 지역 모델은 6기통 3.6리터 엔진이 탑재되며 이와 짝을 이루는 변속기는 일본 아이신의 AWF8F45 8단 유닛이다.
 
이 차는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다. 엔진도 가로배치로 장착됐고 변속기 역시 컴팩트한 전륜구동용 모델이다. XT5의 뼈대(플랫폼)은 GM 산하 GMC 아카디아, 쉐보레 트래버스와 공유한다. 특히 트래버스는 앞으로 국내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라 이 차로 새로 나올 대형 SUV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캐딜락의 전통이 녹아들어가 직선과 면을 강조한 다부진 스타일링, 아쉬운 디테일
 
 
캐딜락의 디자인 큐(CUE)는 직선과 면의 조합이다. 각진 스타일에 둥글게 굴리지 않고 날카롭게 날을 세워 자른 깍두기 모양이다. 전륜구동임에도 불구하고 바퀴가 앞뒤 좌우로 최대한 밀어져 있다. 앞 뒤 오버행이 극단적으로 짧아 더욱 다부져 보인다. 그래서 좀 잘 싸울 것 같다는 첫인상을 받았다.
 
세로로 가늘고 길게 세워진 테일램프는 캐딜락의 특징이다.
 
가늘게 아래위로 찢어진 테일램프는 캐딜락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스타일이다. 트렁크에 날개가 달려 뒤로 이어져 가는 테일램프로 마감한 플리트우드(Fleetwood)는 20세기를 풍미한 캐딜락의 풍채를 보여주는 상징물이었다. XT5는 그것을 21세기적으로 해석해 말끔하게 녹여냈다.
 
플리트우드(Fleetwood)의 뒷모습은 캐딜락의 디자인 헤리티지다. 사진은 1968년형.
 
재미있게도 앞에 달린 헤드램프도 테일램프처럼 아래위로 길게 찢었다. 예전 할로겐타입 램프였으면 이런 모양으로 앞을 밝게 비출 수 없었겠지만 LED의 등장으로 헤드램프 모양도 맘대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그래서 앞과 뒤가 디자인적으로 통일된 연결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LED 헤드램프도 테일램프처럼 세로로 길쭉한 모습이다.
 
옆모습은 다부진 스탠스와 함께 단 하나의 캐릭터 라인으로 접은 두 면이 이어져 키가 큰 SUV임에도 불구하고 꽤 날렵해 보인다. 큰 바퀴 위로 잘려나간 휠하우스는 이 차의 운동특성을 암시한다. 바퀴와 차체 사이의 공간이 많다. 바퀴가 상하로 많이 움직이는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길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옆모습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근육질 몸매를 뽐낸다.
 
인테리어도 바깥과 마찬가지로 깔끔하게 정리돼 심플하다. 스위치가 너무 없어 생소할 정도다. 거의 모든 컨트롤이 터치스크린과 터치식 버튼 및 스크롤바로 이뤄져 있다. 심플하긴 한데 애석하게도 쓰기에 편하지는 않았다. 각종 장치를 쓰는 데에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내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고급스럽다.
 
가죽시트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재질인데 꽤 단단하다. 시트 크기는 풍만한 체구의 미국인들을 고려했는지 한국인 평균보다 크고 두툼한 기자의 몸에도 컸다. 몸을 잡아주는 능력은 아쉬웠지만 배기지 않고 편안했다. 검은색 가죽, 스웨이드(알칸타라?), 카본, 알루미늄 장식이 적당히 잘 어우러져 눈에 보이는 실내장식은 훌륭했다.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덮인 시트는 편안하지만 몸을 잡아주지는 않는다.
 
구석구석 자세히 들여다보니 예전 미국차 특유의 호방함도 아직 남아있다. 다소 거친 마감품질과 저렴해 보이는 플라스틱이 곳곳에 보인다는 뜻이다. 유럽이나 일본차의 치밀한 디테일을 미국차에서 기대하는 것은 아직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차를 탈피한 주행성능과 승차감, 미국차다운 호방함도 그대로
 
구름 위를 떠다닌다는 캐딜락의 승차감은 이미 한 세기 전의 얘기다. 요즘 캐딜락은 서스펜션이 유럽차만큼 단단하다. 차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실력은 GM도 만만치 않다. 그 명성에 걸맞게 XT5의 차체는 무척 단단하다. 겉모습 이상으로 다부지다.
 
앞바퀴는 전륜구동차 특유의 맥퍼슨 스트럿, 뒷바퀴는 여러 개의 링크가 복잡하게 연결된 멀티링크 셋업이다. 쇼크업소버(댐퍼)는 운전상황이나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감쇄력이 조절된다.
 
기본적으로 단단한 서스펜션은 우리나라 도로에 많이 도사리고 있는 과속방지턱을 처리하는 능력은 최고다. 역시 앞뒤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승용차에 비해 길다. 그리고 스프링의 진동을 줄여주는 감쇄력이 세다. 그래서 출렁거림 없이 한 번에 충격을 걸러내고 단단한 차체 덕에 여진도 거의 없다.
 
그러나 잔진동을 흡수하는 능력은 독일차만큼은 못하다. 잔진동 따위는 무시해 버리는 상남자의 기질을 가졌다. 몸인 단단한 통뼈라 자잘한 충격 따위에는 끄떡없다.
 
그 단단한 서스펜션이 고속 와인딩 로드에서는 맥을 못 춘다. 차체 거동은 노면과 따로 놀고 상하 모션이 많다. 다행히 출렁거림은 억제돼있어 불안감은 덜하지만 상하 움직임이 큰 롱스트로크 서스펜션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빨리 잡아 돌리는 차는 절대 아니다.
 
단단한 차체는 타이어와 하체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잘 걸러준다. 차체가 충격을 워낙 잘 흡수해 누더기 노면이 많은 우리나라 도로사정에 꽤 잘 어울린다. 그리고 한계상황이 아니면 차체거동도 안정적이라 안성맞춤이다.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당히 좋아할 세팅이다.
 
차체를 들어 하체를 살펴봤을 때 놀랍게도 차 바닥에 흔히 도포하는 언더코팅 실런트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정도 급의 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더커버도 없이 도장마감만 된 철판이 그대로 드러난 하체임에도 불구하고 돌 튀는 소리, 물 튀는 소리, 하부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차체강성이 훌륭하고 실내에 흡차음재를 잘 썼다는 증거일 것이다.
 
언더코팅 실런트가 뿌려지지 않아 철판이 그대로 드러난 차체.
 
이중접합유리까지 사용한 XT5의 실내는 평균 이상의 정숙성을 보였다. 공회전 소음은 38데시벨, 시속100km 주행소음도 64데시벨에 불과하고 최대가속을 할 때에도 소리가 크지 않아 소음은 큰 이슈가 아니다.
 
브레이크는 답력이 초반에 둔하고 페달도 무거운 편이다. 그러나 깊숙이 밟으면 강력한 제동성능을 보인다. 밟는 깊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리니어하게 제동력이 증가해 운전이 편하다. 기자가 직접 극한의 와인딩 주행을 했을 때에도 제동성능은 아쉬움이 없었다.
 
3.6리터 6기통 엔진은 6,600rpm에서 최대출력이 나오는 전형적인 고회전 타입인데 저속에서도 꽤 두툼한 토크를 가지고 있어 반응이 나쁘지 않다. 일상주행을 할 때에도 힘이 모자란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 고회전형 엔진의 회전질감과 음색은 타 럭셔리 브랜드의 엔진보다 낫다고 하기는 어렵다. 미국차다운 거칠음이 여기도 남아있다.
 
일본제 아이신 8단 트랜스미션은 다른 브랜드의 전륜구동차에도 널리 쓰이는 녀석이다. 볼보, 푸조, 렉서스, 토요타 등 많은 브랜드가 이 변속기를 쓰고 있다. 반응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다. 변속속도도 빠르지는 않다. 특이하게도 기어를 바꿀 때 약간 울렁임이 느껴진다. 이런 울렁임이 있다면 차라리 변속속도가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주행 중 기어를 찾아가는 능력은 뛰어나다. 어느 속도에서도 적당한 기어에 맞물려있어 가속 스트레스가 없다. 엔진과 변속기는 궁합이 상당히 잘 맞는다.
 
XT5는 AWD라 불리는 사륜구동 방식을 가지고 있다. 네바퀴굴림 이라고는 하지만 평상시에는 100% 앞바퀴로만 구동한다. 연비 때문이다. 그 덕에 2톤이 넘는 6기통 SUV의 공인연비가 리터당 9km을 육박하며 실연비도 좋다. 6기통 중 실린더 2개를 멈추게 하는 기능도 있어 기름을 더 아낀다.
 
센터콘솔의 스위치를 작동해 AWD모드를 선택할 수 있고 스포츠모드를 선택하면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고 항시 4륜구동이 작동하며 변속패턴과 스티어링 반응이 날카로워진다. 연비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스포츠모드가 이 차를 운전할 때 가장 재미있게 탈 수 있는 드라이빙모드다.
 
각종 정보가 앞유리에 나오는 HUD의 디스플레이는 눈에 잘 들어온다.
 
고속도로를 직진하는 고속 안정성은 좋다. 차체의 상하 움직임이 잘 제어되고 있어서 거동이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많은 리뷰어들이 극찬을 하는 스티어링 반응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있다.
 
분명 차는 직진성이 좋고 고속에서도 아래로 가라앉는다는 “묵직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스티어링휠을 조금만 건드려도 차가 좌우로 움찔하는 반응을 보인다. 조금만 돌려도 많이 돌아가는 빠른 반응의 스티어링인데 고속 크루징을 할 때 중앙에서 반응이 지나치게 민감하다. 그래서 이 차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 핸들을 살짝 건드리면 바로 움직여 불안한 느낌도 준다.
 
그리고 고속도로 주행을 할 때 차선을 유지시켜주는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도 작동이 그다지 똑똑하지 않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으면 바로 핸들을 돌려 원래 차선으로 가려고 해주는데 그 반응과 중앙에서 민감하게 반응해 좌우로 움직이는 반응이 합쳐져 가끔씩 이상한 거동을 보일 때도 있었다.
 
물론 이런 단점들은 차에 익숙해지고 나니 자연스레 없어졌다. 다만 차선유지장치가 거의 자율주행처럼 똑똑하게 반응하는 일부 메이커들의 시스템과는 달리 캐딜락의 그것은 차선을 밟을 정도로 가야 제자리로 돌려주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손을 놓고 주행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314마력의 6기통 엔진과 빠르지는 않지만 똑똑한 8단 변속기는 2톤이 넘는 덩치를 꽤 잘 끌고 나간다. 테스트장에서 계측한 100km/h까지의 가속성능은 7.6초, 400미터를 15.9초에 주파했다. 굳이 비슷한 성능의 차를 꼽자면 제네시스 G80 3.3 H-Track보다 약간 빠르거나 비슷한 정도다.
 
오프로드나 다름없는 누더기 도로와 커다란 과속방지턱이 즐비한 서울시내 도로에서 캐딜락의 “컴팩트”라 쓴 덩치 큰 크로스오버는 아주 잘 달렸다. 맨홀뚜껑, 지하철공사장 복공판, 과속방지턱, 포트홀 등 다양한 도로에서 너무나 의연하게 잘 달려 오프로드 주파능력도 상당히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부진 풍채의 “싸움 잘하게 생긴” 남성적 모습을 지닌 도심형 SUV의 전투력은 높았다. 디테일은 일부 투박하지만 뭐 하나 빠지지 않고 두루두루 잘해 맘에 들었다. 이 녀석이 무시해버린 세심한 디테일 따위의 단점도 그냥 무시해도 될 만큼 이 차의 완성도는 높았다.
 
 
 
잘 만든 차, 레드오션이 돼버린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6~7천만원 대의 가솔린 SUV가 국내에 별로 없을 것이라는 기자의 생각은 틀렸다.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대여섯 가지 모델이 뜬다. 볼보, 벤츠, BMW, 인피니티, 재규어, 랜드로버 등 다양한 브랜드의 중형 크로스오버가 비슷한 가격대에 나와 국내 소비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국산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있다. 조만간 비슷한 사이즈의 SUV를 출시할 계획이고 가격대는 국산차의 특성상 더 고급스러우면서도 비교적 저렴하게 나올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쯤 되면 틈새시장이 아니라 꽤 치열한 각축이 벌어지고 있는 세그먼트다. 게다가 세단을 타던 사람들이 이런 키가 크고 주행성능, 승차감도 떨어지지 않는 크로스오버 차량으로 갈아타는 세계적인 추세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가격대는 다르지만 국산 크로스오버 싼타페와 쏘렌토는 이미 국산차 판매량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XT5는 많은 매력을 가진 차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다른 선택의 여지가 너무나 많다. 세계적으로 잘 팔리고는 있지만 국내 판매량은 많지 않다. 지난달 XT5는 68대 팔려나갔다. 캐딜락 브랜드 전체의 판매량이 167대에 불과해 꽤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차의 완성도에 비해 판매량은 미미하다.
 
결국 좋은 차를 많이 팔려면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그동안 캐딜락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나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인식은 나이 든 분들이 편하게 타시는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이런 다소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캐딜락은 관심 밖의 브랜드로 전락한 측면도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예전 전성기 때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살린 굿디자인이 속속 나오고, 600마력이 넘는 V8 엔진을 얹은 괴물세단까지 내놓는 등 다양한 신상품과 디자인 덕택에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똑똑한 마케터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이다. 요즘 캐딜락이 지나가면 뒤를 돌아볼 만큼 디자인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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