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10세대 혼다 어코드 구경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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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본 10세대 혼다 어코드 구경 후기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05.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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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특유의 맛을 찾아가고 있을까?
터보 다운사이징 엔진과 무단 및 다단변속기
섀시 및 스티어링 설계도 바뀌어 주행성능 ↑
디자인 깔끔하고 역동적, 세심한 디테일 자랑
 
기자의 첫 차인 1990년형 혼다 시빅 CRX Si
 
기자는 혼다자동차와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28년 전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탔던 첫 차가 혼다차였기 때문이다. 차를 처음 운전하면서 자동차에 푹 빠지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당시 혼다 특유의 운전 재미 때문이다. 요즘 인터넷에 ‘현빠’, ‘쉐슬람’ 등의 신조어가 많이 보이는데 그 기준으로 보면 기자는 ‘혼빠’일 것이다.
 
태어난 지 40년이 넘은 혼다의 대표차종 어코드가 열 번째 모델로 다시 돌아왔다. 이미 지난해 미국에 선보여 좋은 평을 받았던 화제의 차다. 자연흡기 엔진을 고집하던 혼다가 처음으로 터보엔진을 전 라인업에 도입했다.
 
 
기술의 혼다라는 명성답게 회사의 공식 명칭도 本田技硏(혼다 기술연구소의 준말)인 혼다자동차 본사의 기술자들도 총 출동해 신형 어코드의 특장점을 자랑했다.
 
먼저 엔진의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를 달아 출력을 올린 다운사이징 엔진이 적용됐다. 1.5리터 엔진은 194마력, 2.0엔진은 256마력의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양산차업체로는 처음으로 가변밸브 시스템인 VTEC을 적용해 유명세를 얻은 혼다는 진화된 VTEC과 터보차저의 조합으로 출력과 연비를 동시에 잡았다.
 
터보차저와 혼다 고유의 가변밸브 VTEC이 결합된 2.0 터보엔진
 
국산 2.4리터 엔진과 비슷한 힘을 내는 1.5리터 터보엔진의 국내 공인연비는 리터당 13.9km다. 2.0 터보엔진의 연비도 뛰어나다.
 
2.0엔진은 연비보다는 엄청난 성능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미국 Car&Driver에서 측정한 결과 시속 60마일까지 도달 시간은 불과 5.5초. 촘촘한 기어비의 10단 변속기와 반응이 뛰어난 혼다 엔진이 만들어낸 놀라운 성능이다. 패밀리카가 제로백을 5초대에 끊는다. 참고로 국산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의 가속성능이 이정도이다.
 
혼다엔진은 부드럽고 조용하다기 보다는 경쾌하고 강력하다. 저속에서도 반응은 좋고 고회전 영역에서의 회전질감은 스포츠카를 모는 듯한 쾌감을 준다. 제로백 5초대를 낸다니 성능은 만족을 넘어서 즐거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미 미니밴 오디세이에서 선보였던 10단변속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혼다의 자동변속기는 다른 메이커와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 클러치와 브레이크로 일정부위를 멈추게 해 기어를 바꾸는 유성기어를 쓰지 않고 수동변속기와 같은 실제 기어가 바뀌며 맞물리는 동기치합식 기어를 써 손실이 적고 변속감이 빠르다.
 
2.0 터보엔진에 결합된 10단 변속기는 레버가 없는 버튼식 기어셀렉터 방식이다.
 
혼다 자동변속기는 빠르고 손실이 적은 대신, 수동변속기 기반으로 기어를 바꾸다보니 변속할 때 약간 울렁거림이 있었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현상을 전자제어로 많이 잡았다. 거기에 기어비가 촘촘한 10단 기어를 적용해 기어가 바뀔 때 기어비 변동 폭이 줄어 울렁임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었다. 기어비 폭이 넓어져 빠른 가속과 연비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다단화 변속기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일본 토요타의 그것처럼 두 개의 모터와 가솔린엔진이 결합해 최적의 힘과 연비를 내는 방식이다. 일본 메이커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혼다차의 또다른 장점은 날카로운 핸들링과 직진 안정성이다. 과거 전륜에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을 적용했을 때 혼다차는 최고의 운전재미를 줬다. 최근 서스펜션 방식을 바꾸면서 예전의 날카로움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신형은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해 꽤 훌륭한 핸들링 성능을 보인다고 혼다 관계자는 전했다.
 
혼다기연 기술진이 설명한 내용 중 ‘듀얼 피니언 EPS'가 관심을 끌었다. 스티어링은 좌우로 조향을 해주는 ’랙‘과 그 랙을 좌우로 움직여주는 ’피니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코드의 스티어링 기어는 ’피니언‘이 두 개다. 피니언 기어가 두 개로 늘어나게 됨으로써 조향감이 날카롭고 단단해져 핸들링이 좋아진다는 혼다측의 설명이다.
 
시승을 하면서 직접 느껴보고 싶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예전 혼다차의 날카로움을 다시 찾았을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새로운 엔지니어링 자랑에 귀가 혹해 장황한 내용으로 기사를 썼는데 실제 눈으로 본 어코드의 모습도 좋았다.
 
전 세대에 비해 차분해진 디자인은 지루하지 않고 훨씬 다이내믹해졌다. 역동성을 살린다고 온갖 선을 집어넣고 면을 부풀려 괴상한 모습이었던 예전과는 달리 균형 잡히고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는 실루엣은 ‘저중심 설계’, ‘다이나믹’, ‘입체적 설계’ 등의 미사여구가 없어도 눈에 잘 들어왔다.
 
 
후륜구동차처럼 본닛이 길게 뻗어나와 수직으로 떨어지는 형상이다. 롱노즈 디자인으로 불린다. 루프라인은 쿠페의 그것처럼 매끄럽게 이어진다. 트렁크 데크는 짧고 낮다. 전형적인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인데 그 비례가 그럴싸하다. 좀 잘 달릴 것같이 생겼다.
 
 
앞모습은 아직 복잡하지만 잘 정돈돼 보기에 좋다. 뒷모습은 볼보의 그것처럼 ‘ㄷ’자 모양을 테일램프를 썼는데 이미 시빅에서도 적용돼 패밀리룩의 하나로 보면 이해가 간다. 그 테일램프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는 기자들도 있었는데 이런 모양을 쓰지 않고 1자형으로 갔으면 또다시 제네시스 테일램프 표절논란에 빠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복잡한 버튼 없이 심플하고 깔끔하게 정리됐다. 그리고 대칭과 비례가 잘 맞아 말끔한 고급 정장을 입은 신사의 모습이다. 다른 일본차 메이커들이 다소 전위적인 모양과 비대칭 요소들을 구겨 넣어 비호감이었는데 신형 어코드의 디자인은 여러모로 마음에 든다.
 
깔끔한 구성의 대시보드 및 스크린
 
실내공간 뽑아내기 실력은 엄청나다. 특히 뒷자리 공간은 광활하다. 쿠페형으로 낮게 이어지는 루프라인에 썬루프까지 들어가 공간에 제약이 있었을텐데 의자 높이를 낮추지 않고도 넉넉한 헤드룸을 가졌다. 시트가 높아 다리도 편안했다. 레그룸은 무릎 앞에 주먹 몇 개가 들어가느냐를 묻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넓다. 주먹이 아니라 수박이 몇 개 들어갈 지경이다.
 
광활한 뒷자리 공간
 
실내 마감도 좋다. 일본차의 실내마감은 30년 전부터 동급 이상으로 좋았고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다만 마감재는 곳곳에 싼 플라스틱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뒷자리의 경우 도어패널 전체가 딱딱한 플라스틱이다. 무광 우드장식은 눈으로 봤을 때는 진짜 같았는데 역시 플라스틱이다.
 
마감재의 수준만 놓고 본다면 쏘나타보다도 못하다. 그런데 체감할 수 있는 마감품질은 쏘나타보다 몇 수 위다. 한눈에 보아도 번들거리고 싸보이는 플라스틱 마감재가 들어간 현대차와는 달리 혼다의 싼 마감재는 얼핏 보면 고급스러운 가죽이나 우레탄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그랜저보다는 확실히 떨어진다.
 
1열 옆유리를 열어보니 두 겹으로 접합한 차음유리가 쓰였다. 주행소음을 줄이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보인다. 문짝이나 바닥에 흡차음재를 여러 겹 대는 것보다 차음유리를 쓰는 것이 방음에는 훨씬 효과적이다. 트렁크에 있는 뒷바퀴 휠하우스도 발포 우레탄 데드너와 흡음재를 써 소음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2중접합 차음유리가 쓰였다.
 
혼다 어코드는 고급차가 아니다. 대중적인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 없이 탈 수 있는 중형 패밀리카다. 그 때문에 실내마감 등은 원가절감의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혼다는 이를 잘 포장했다. 적어도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도록 잘 포장한 것이다. 대중차 메이커가 40여 년간 수십만 대씩 팔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이다.
 
기술의 혼다라는 명성에 걸맞게 파워트레인과 차체는 훌륭할 것으로 믿는다. 눈으로 본 느낌도 좋았다. 엄청난 기대를 갖게 한 10세대 어코드가 실제 달려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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