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싼타페 2.2 밀착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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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싼타페 2.2 밀착 시승기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03.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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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토크와 꾸준한 출력의 달리기 실력
배기량 키운 싼타페 2.2 모델 밀착 시승
빈틈없는 만듦새 돋보이고 승차감 뛰어나
꾸준한 출력의 엔진과 8단 변속기의 궁합
놀랄 만큼 뛰어난 고속 주행성능도 돋보여
 
잠깐 타봤던 2.0 모델에 비해 꽤 출중한 달리기 실력을 가진 2.2 모델은 202마력의 최대출력과 45kgf-m의 토크를 지닌 4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만나 1,935kg에 이르는 덩치를 지녔다. 무게는 20kg 더 나갔지만 출력과 토크가 10% 높아 더 나은 성능을 보였다.
 
영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속 200km도 거침없이 나가고 불안함도 없다. 최고속도는 210km/h(계기판상 215)에서 제한되고 200km/h까지 가속하는 시간이 36초대에 불과하다. 이는 39초대를 기록한 그랜저 2.4보다도 빠르다.
 
시내주행, 좀 난폭한 고속도로 주행, 극한의 가속테스트, 산길 와인딩 주행까지 약 400여 킬로미터를 주행했는데 트립에 기록된 연비는 리터당 12.3km였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잘 달리고, 돌고, 기름도 적게 먹는 넓은 패밀리 SUV 싼타페를 다시 만나봤다.
 
 
당당한 풍채를 가진 빈틈없는 도심형 SUV
 
 
스타 디자이너인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이 직접 디자인 소개를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싼타페의 겉모습은 공격적이고 우람해 보이면서 빈틈이 없다.
 
코나에서도 보았던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의 배치가 그대로 이어졌는데 싼타페에는 굵은 눈썹 같은 크롬 마감의 몰딩이 보닛과 범퍼사이를 가로지른다. 눈썹이 짙은 전사의 얼굴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전면부 눈썹에서 시작해 앞 펜더에서 도어, 뒤 펜더를 지나 테일램프까지 가로지르는 하나의 라인은 철판을 ‘ㄱ’자로 접어 만들었다. 그 모습을 앞에서 보면 어깨가 다부지게 넓은 운동선수의 모습이다. 선이 많고 접힌 부분도 많은데 모두가 잘 조화를 이루어 지저분하지 않고 깔끔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전세계 어느 도시에 가져다 놓아도 어색하지 않을 당당한 풍채다.
 
독특한 위치에 놓인 LED 헤드램프의 성능도 괜찮았다.
 
경계면이 분명하고 좌측을 낮추어 상대운전자 시야를 배려한 조광 패턴.
 
좌측은 낮게 배치해 맞은편 운전자의 시야를 보호하고 오른쪽은 높이 비춘다. 그리고 광량이 상당히 강하다. 특히 프로젝션 타입 HID램프처럼 빛이 옆으로만 퍼지지 않고 차 앞 노면을 집중적으로 비춰 더 밝게 느껴졌다.
 
고속도로에서도 밝게 비추어 운전이 편하다.
 
실내공간은 현대차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벨트라인이 높지 않아 시야가 좋다. 앞유리 A필러가 얇고 앞쪽으로 삼각창이 나있어 사각이 적다. 대시보드는 2단 형태다. 낮게 시작해 계단처럼 한 단 올라 앞 유리창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밖을 내다보는 개방감이 아주 좋다.
 
넓고 시원한 시야.
 
낮은 대시보드 위로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시스템을 아우르는 모니터가 올라가 있다. 스위치의 쓰임새는 직관적이고 대부분은 잘 닿는 곳에 잘 배치해 놓았다. 그런데 스크린 오른쪽에 있는 스위치는 운전자가 조작하려면 팔을 좀 뻗어야 한다. 작지만 간과하지 못 할 단점이다.
 
일부 스위치는 팔을 뻗어야 닿는다.
 
대시보드 아랫부분엔 휴대폰이나 다른 소지품을 놓을 공간이 마련돼 있고 시승차는 그 자리에 무선충전 시스템도 갖추고 있었다. 유선충전단자, 파워단자, USB단자도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의자는 다시 한 번 감탄할 만큼 편했다. 잠깐 시승했을 때의 놀라움이 아니었다. 여러 시간을 운전해도 배기지 않고 온 몸을 든든히 지지해주면서 감싸준다. 이런 종류의 차량으로는 엄두도 못 낼 산길 와인딩 주행을 할 때도 시트는 몸을 단단히 잡아주었다. 뒷좌석에 탑승한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의자가 편하다고 칭찬했다.
 
 
 
조용하고 편안한 승차감과 훌륭한 파워트레인
 
싼타페의 엔진은 처음 선보인지 벌써 9년이나 지난 현대차의 주력 디젤엔진이다. ‘R엔진’이라고 불리는 이 엔진은 회전질감이 경쾌하고 출력도 강하긴 한데 소음은 적지 않았다. 개량을 거듭한 최신형 R엔진은 가솔린엔진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공회전 소음을 계측기로 측정해보니 37~39데시벨이 나왔다. 디젤엔진의 경우 41~45데시벨이 나오는데 이차는 가솔린 승용차의 공회전소음과 비슷하다. 분명 디젤엔진 특유의 덜덜거리는 소음은 들려왔지만 전체적으로 고요했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엔진이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은 없다. 풀가속을 할 때에도 그렇다. 최대출력을 내는 급가속 상황에서는 오히려 가솔린차량보다 조용하다. 가솔린엔진이 6천rpm까지 돌아가며 최대츨력을 낼 때 소음계측기는 65~75데시벨을 기록하고 배기음이 큰 스포츠카는 80이 넘어가기도 한다.
 
나긋나긋한 소음의 디젤엔진이 달린 신형 싼타페는 급가속 소음도가 62데시벨에 불과하다. 4기통엔진 특유의 소음과 디젤엔진의 바리톤 음색은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지만 소음도가 낮아 스트레스가 적게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밖에서는 여전히 카랑카랑한 R엔진 특유의 소음이 그대로 들린다. 결국 바깥 소음이 실내로 들어오지 않도록 흡차음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증거다.
 
덕분에 엔진소음은 물론 바퀴에서 올라오는 노면소음과 풍절음도 잘 억제되어 있다. 컴포트 성향인 19인치 타이어도 한몫 했지만 전체적으로 소음이 들어오지 않게 꼼꼼한 실드처리를 했다. 차 밑에도 검은색 흡음재질로 만들어진 언더커버가 장착돼 공기저항도 줄이면서 하부 소음을 잘 억제했다.
 
승차감은 묘하다. 키가 큰 SUV답게 바퀴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충격을 흡수하는 댐핑 스트로크가 길다. 그런데 그 긴 스트로크 중에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구간은 짧다. 그래서 잔진동이 생기는 길 위를 지날 땐 꽤나 부드럽게 넘어가는데 큰 과속방지턱을 넘으면 바퀴가 눌리지 않고 버티면서 차가 튀어 오른다.
 
스폰지와 고무공을 비교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승차감이 나긋하고 부드러운 차는 스폰지처럼 푹신하게 충격을 흡수한다. 싼타페의 경우 스폰지보다는 탱탱한 고무공처럼 충격을 흡수한다. 조금 덜 부드럽지만 금세 원형을 회복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 덕에 항상 바퀴가 원래 위치로 빨리 돌아오기 때문에 최적의 접지력을 유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유럽차, 특히 독일의 BMW가 이런 느낌의 서스펜션을 가졌다. 갑자기 얼마 전 현대로 영입된 BMW의 M디비전을 이끌던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이 떠오른다. "요즘 현대가 맥주 먹더니 달라졌다“는 엉터리 아재개그가 자꾸 입 언저리를 맴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적당히 부드러우면서 제자리를 빨리 찾는 민첩함도 갖춘 독일차다운 승차감을 가졌다고 평할 수 있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어떤 이들에겐 승차감이 다소 튄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익숙한 202마력 엔진과 8단변속기의 조합은 매우 뛰어나다. 맨 앞에서 언급했듯이 연비가 좋아졌고 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기어도 무척 빨리 바꿔준다. 이제는 202마력이라는 제원출력을 네바퀴에 제대로 전달 해주는 느낌이다. 몸무게 2톤에 육박하는 짐차가 중형 승용차보다 빠른 달리기 실력을 가지게 됐다.
 
8단변속기는 독일산 ZF변속기처럼 똑똑하고 빠릿하지는 않지만 동력손실이 적고 부드럽다. 2단부터 클러지가 직결을 해버리기 때문에 수동변속기나 듀얼클러치가 달린 차량만큼 직결감과 가속감이 좋다. 기어를 아래로 내리는 다운시프트도 빠르고 유연하며, 기어를 내릴 때 엔진 회전수를 보정해주는 레브매칭도 꽤 잘한다.
 
아직 독일제 변속기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가끔씩 보이는 이상한 변속 패턴 때문이다.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 기어를 다음 단으로 넘기지 않고 계속 잡고 있다가 불필요하게 rpm만 상승 시키고 속도는 늘지 않는 답답한 모습을 보인다. 지하주차장 오르막길을 오를 때 바로 느낄 수 있다.
 
힘이 모자라는 엔진이 달렸을 때는 이런 로직을 사용하는 것이 맞지만 힘이 넘치는 디젤엔진에 이런 식으로 기어를 넘기지 않으면 주행감이 오히려 둔해진다. 오르막, 내리막길을 감지하는 센서(G센서)가 오르막길만 만나면 변속패턴을 이런 식으로 바꾸는 듯하다.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놀랄 만큼 뛰어난 고속 주행성능
 
 
패밀리카의 기능에 충실한 SUV를 가지고 무모한 도전을 해보았다. 산길 굽이진 도로를 누비는 와인딩 주행을 한 것이다. 매니아들은 듣기만 해도 아는 유명한 장소에서 오르막 내리막 두 랩(LAP)을 주행했다. 그 곳은 굽이진 코너길과 요철이 심해 브레이크와 서스펜션 세팅의 완성도를 평가하기에 제격인 도로다.
 
오르막을 치고 올라갈 때 힘부족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45kg-m의 최대토크는 350마력대의 가솔린 엔진이 낼 수 있는 순간 힘이다. 순간 치고 나가는 힘은 8기통 고출력 엔진에 버금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속도가 많이 나지 않는 와인딩 로드에서 즐기기엔 제격이었다.
 
또한 앞바퀴가 코너 밖으로 밀리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거의 없었다. 스티어링을 꺾은만큼 정확히 돌아나가는 뉴트럴 성향 핸들링이 앞바퀴가 들리는 오르막 가속상황에서도 느껴졌다. 전동식 스티어링(MDPS)의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핸들링 특성이다.
 
요철을 만나면 긴 스트로크의 서스펜션 탓에 분명 큰 바운싱이 있다. 하지만 그 출렁임을 단박에 잡아버리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동승했던 와인딩 매니아들도 놀란 부분이다. 높은 차가 이렇게 잘 돌 줄은 몰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내리막길은 타이어와 브레이크와의 싸움이다. 컴포트 성향의 타이어는 접지력이 높지는 않았지만 나름 끈끈하게 도로를 움켜줬다. 브레이크는 단단하지는 않지만 밟는 만큼 속도를 줄여줬고 의외로 제동력이 떨어지는 페이드 현상이 적었다. 두 번째 내리막길 마지막 부분에 와서야 제동력이 저하되는 페이드가 났다.
 
브레이크 디스크가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주행을 해도 제동성능은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진을 보면 제동력이 왜 떨어졌는지 분명히 드러난다. 벌겋게 달아오른 브레이크 디스크와 맞닿은 패드에서는 흰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보통 이정도 상황이면 순정 브레이크 패드는 타서 부스러지는 소결현상이 나면서 제동력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싼타페는 금방 제동력을 회복했고 날이 밝아 브레이크를 점검했는데 전혀 이상이 없었다.
 
똑똑한 4륜구동 덕분인가 핸들링과 접지력이 뛰어났고 전후 밸런스도 예전과는 달리 언더스티어를 많이 줄였다. 구동모터가 스티어링 기어에 달린 랙타입 MDPS도 분명 자연스러운 핸들링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직선주로에서의 안정성도 뛰어났다. 요즘 현대차에서 볼 수 있는 바람직스러운 변화다.
 
 
뛰어난 상품성을 가진 싼타페의 도전
 
 
잘 빠졌고 편하고 조용하고 잘 달리고 쓰기 편하다. 상품성만을 본다면 신형 싼타페는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다. 가격이 싸더라도 다른 차를 살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다소 낯설어 보였던 디자인도 점점 친숙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금 주력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올해도 계속 판매가 신통치 않다. 업계에서는 현대가 전략을 잘못 짰다고 비판한다. 주력차종이 SUV로 바뀌고 있는데 현대는 그동안 그 세그먼트를 등한시 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미국 승용차 시장에서 토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는 이미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토요타 RAV4, 닛산 로그 같은 중형 SUV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신형 투싼은 미국시장에선 크기가 애매해 이들에 밀렸지만 유럽시장에서는 대박을 냈다.
 
그래서 신형 싼타페는 현대차의 미래를 좌우할 구원투수다. 미국시장에서의 성공은 필수다. 그런 이유에선지 미국에서 통할 디자인 요소들이 과감히 들어갔고 주행성능도 대폭 좋아졌다. 힘센 토크를 중시하는 미국인들의 취향을 저격하려는지 기자가 시승한 2.2 디젤모델도 미국에 전격 투입한다고 한다.
 
현대차의 올해 농사를 책임질 신형 싼타페가 세계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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