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쏘, 소리없이 달리는 수소차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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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쏘, 소리없이 달리는 수소차 시승기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02.0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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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만든 두번째 수소차의 진화
수소전기차 넥쏘는 소리 없이 지면을 박차고 나갔다.
 
 
시동을 걸면 특유의 알림음이 들리며 차가 잠을 깼다는 시그널을 줄 뿐 엔진이 있는 차에서 들리던 부릉 소리와 함께 느껴지던 약간의 진동은 전혀 없었다.
 
보이지 않는 줄에 끌려서 나가듯 넥쏘는 주차장을 미끄러져 나갔다. 시승 시작부터 끝까지 이차는 자동차 소리를 전혀 내지 않았다. 내연기관이 없는 연료전지차이기 때문이다.
 
넥쏘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발생하는 전기로 모터를 돌려 구동력을 얻는 수소전기차다. 화학시간에 배웠던 ‘물을 전기분해 하면 산소와 수소를 얻는다’는 원리를 역이용해 수소와 산소가 만나면 물과 전기가 생기고 부산물로 열도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급가속을 하면 시커먼 매연 대신 물이 차 뒤에서 뿜어져 나온다. 엔진이 있던 자리는 일종의 발전기 역할을 하는 연료전지와 모터가 자리하고 있다. 산소를 흡입해 수소와 반응시켜야 하기 때문에 흡기장치와 흡기필터도 갖추고 있다. 또한 열을 배출하기 위한 라디에이터도 볼 수 있었다.
 
전기모터에서 발생하는 힘은 변속기를 거치지 않고 바퀴로 직결된다. 1단부터 8단까지 있는 최신 변속기나 기어비가 계속 바뀌는 무단변속기는 없다. 0rpm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모터가 이 차를 오롯이 끌고 나간다.
 
40.3kgf-m에 달하는 토크 덕분에 발진성능은 부족함이 없다. 특히 초반에 치고 나가는 실력은 부드럽고 경쾌하다.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아 체감가속은 더 빠르다.
 
그러나 1.9톤에 육박하는 시승차의 덩치에 154마력의 출력은 넘치치는 않는다. 고속 주행을 할 때에는 출발할 때의 경쾌함 보다는 느긋하게 밀어주는 진중함이 엿보인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179km/h로 돼있는데 실제 이 속도에 다다르려면 아주 긴 직선도로가 필요하다.
 
어느 속도에서든 ‘악을 지르는’ 엔진소리가 없어서 실제 운전하면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스트레스 없이 부드럽게 밟는 만큼 속도가 붙어 나가기 때문에 일상주행 상황에서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 사람은 적을 것이다.
 
정숙성은 넥쏘의 가장 큰 장점이다. 보통 엔진소리가 없으면 바퀴에서 들려오는 타이어 및 노면소음, 창 밖에서 들어오는 다른 차량들 소리, 그리고 바람 가르는 풍절음이 더 들리기 마련인데 넥쏘는 럭셔리카를 타는 것처럼 조용한 실내를 가졌다.
 
바퀴에서 오는 소음도 엔진음처럼 제로에 가까웠고 운전석과 조수석은 1열 2중 접합유리 덕분에 외부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고속으로 달릴 때 바람소리만 약간 들리는 정도로 정숙성은 탁월했다.
 
승차감은 어느 정도의 출렁임을 용인하는 컴포트 지향이다. 특히 뒤가 헐렁한 느낌이 들었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에도 요즘 현대차답지 않게 출렁임이 있다.
 
신기하게도 고속으로 달릴 때에는 이런 출렁거림이 불안함으로 오지 않는다. 분명 헐렁한 것 같은데 충격을 잘 흡수하고 금세 자리를 잡는다. 차고가 높은 SUV치고 무게중심이 꽤 낮게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에서 급차선 변경을 몇 번 시도해 보아도 출렁거렸던 서스펜션 치고는 상당히 깔끔하게 자세를 잡는 모습을 보인다.
 
제동성능도 날카롭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이 차가 달릴 수 있는 한계속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제동성능이 필요하지도 않겠지만 브레이크 자체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 보인다.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차이기 때문에 스티어링은 당연히 모터 어시스트 방식인 EPS다. 이질감이 있고 부자연스럽다는 비판을 받아온 현대차의 전동식 파워스티어링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부드럽고 직관적이며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차를 움직여준다.
 
전문가들이 흔히 지적하는 노면을 느끼는 피드백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부분은 주관적인 느낌이 많이 좌우하는 것이기도 하고 피드백이 좋다고 평가를 받으려면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데 아직 그 수준까지는 완전히 도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자율주행 기능이 들어간 차답게 상당히 편하게 고속도로 크루징을 즐길 수 있었다. 기본 탑재된 차로유지 보조 시스템은 차선을 이탈하려고 하면 경보음과 함께 제자리로 복귀시키려고 해주는 것은 물론 고속도로 주행보조, 크루즈컨트롤과 함께 사용하면 반자율 주행도 가능하다.
 
앞에 차가 있으면 속도를 줄여 차간거리를 맞추고 차선도 알아서 따라가준다. 영동고속도로의 굽이진 길도 문제 없이 혼자서 스티어링을 돌리며 주행한다.
 
 
완전 자율주행이 안되는 이유는 추월 기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앞 차가 천천이 가면 이 차도 천천히 간다. 추월을 하려면 방향지시등을 켜고 직접 스티어링을 돌려 차선을 바꿔야 한다. 그러면 크루즈컨트롤이 들어간 상태에서 차가 원래 설정 속도까지 다시 가속한다.
 
함께 동승한 객원기자와 수다를 떨면서 노면에 크게 집중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물론 30초 이상 스티어링에 손을 대지 않으면 경보음이 울리며 주의를 준다.
 
완전 자율주행 기능은 목적지인 평창에 도착해서 경험할 수 있었다. 주말에 서울에서 평창까지 완전 자율주행으로 달렸던 레벨4 자율주행차를 잠깐 타볼 수 있었다. 복잡한 횡계읍내를 지나 올림픽경기장을 돌아오는 약 7km 코스의 구간에서 이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길을 건너면 속도를 줄이다가 멈추고, 앞 차가 느리면 추월을 하고 신호등을 보면 정차하면서 안전하게 코스를 주파했다.
 
각종 센서가 추가로 장착된 완전자율주행(레벨4) 넥쏘의 모습.
 
넥쏘에 장착된 기존 센서에 몇가지 카메라와 라이다 등 센서를 추가해 개발한 완전 자율주행차라는 소개를 들었다. 미래의 자동차생활이 운전을 해야하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운전하는 재미까지 줄여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신차를 시승할 때에는 항상 새차 냄새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다. 공장에서 바로 나올 때 나는 접착제, 페인트, 고무, 가죽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들 말이다. 그런데 넥쏘는 새차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인테리어 소재도 환경호르몬이나 냄새가 나지 않는 친환경 소재를 썼다던 발표행사장에서의 광고성 멘트가 사실임을 직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친환경소재가 사용된 넥쏘의 도어패널 마감재
 
주행성능보다 더 뛰어났던 것은 실내 마감과 상품성이다.
 
직관적이고 큼직한 버튼이 달린 컨트롤과 그들을 잘 배치해놓은 레이아웃, 그리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마감이 눈길을 끌었다. 시트도 적당히 단단하게 몸을 잡아주면서 미끄럽지 않고 부드러운 착좌감을 주었다.
 
시원한 디스플레이의 일체형 클러스터와 잘 정돈된 운전석
 
12.3인치에 달하는 네비게이션 스크린과 바로 연결된 계기반이 인상적이었다. 벤츠 실내를 베꼈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좋은 것은 따라해도 된다고 묻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실내였다.
 
크렐 오디오 시스템
 
시승차에 장착된 크렐 사운드 시스템은 웅장한 저음과 명료한 고음을 두루 갖춘 명기의 진가를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조용한 실내에서 훌륭한 오디오시스템이 빛을 발했다.
 
 
2,790mm에 달하는 휠베이스 덕분에 실내공간은 넓다. 앞 뒷자리 모두 레그룸은 충분하고 짐칸도 충분히 넓다. 다소 높은 바닥 때문에 공간을 조금 잃기는 했지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짐칸도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수소전기차를 구매할 때에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푸짐한 보조금 세례를 맛볼 수 있다.
 
기본 보조금 2,250만원에 지자체 보조금이 추가될 예정이고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도 최대 520만원까지 감면되며 등록 과정에서 취등록세와 채권까지 감면 받으면 실 구매가격은 4천만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수소충전 인프라가 아직 완벽하지 않아 얼마나 많이 보급될지는 미지수지만 가격 면에서는 분명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 진보된 주행기능, 풍부한 편의장비, 고급스러운 마감, 여유 있는 공간 등 패밀리카가 지녀야 할 장점을 많이 갖추었기 때문이다.
 
수소차 넥쏘는 다음 달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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