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생산, 신재생 에너지만이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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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생산, 신재생 에너지만이 답일까?
  •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01.1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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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인상 최소화 한 탈원전 정책을 펼치는 정부
저렴한 전기 요금 인상 없이 구조 바꾸기 힘들어
점진적인 에너지원 전환과 미래수요 예측이 중요
 
 
 
매일 미세먼지 기사가 지면을 메우고 있다.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메우기 위해 석탄 화력발전소를 많이 지어 공해물질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다루는 기사도 넘친다. 환경단체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은 방사능 위험과 폐기물 처리문제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사진출처: SEMTech Solutions
 
심각한 환경문제와 미래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 정부가 에너지 관련 비전을 제시하면서 탈원전과 신재생 에너지를 화두로 삼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올해 6.2%에서 2030년 30%로 늘릴 것이며 전기료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태양열, 풍력, 수력, 조력 등 자연의 힘을 이용해 발전기를 돌리면 공해의 원흉인 화석연료를 덜 태우고 방사능 위험이 도사리는 원자력 발전도 점차 필요 없어진다는 얘기다.
 
가능한 얘기일까?
 
국제에너지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력요금은 OECD 평균에 비해 가정용은 40%, 산업용은 30% 가량 저렴하다. 우리나라는 전기값이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하는 나라인 것이다.
 
 
자료출처: OECD 국제에너지기구
 
우리 국민이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저렴한 발전단가 덕분이고 이는 원자력과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 비중이 큰 전력생산 구조에 기인한다.
 
가까운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화들짝 놀라며 일본 내 전력생산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수많은 원전들을 가동중지 시키고 발전단가가 훨씬 비싼 LNG발전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전기요금이 산업용은 우리의 두 배, 가정용은 세 배에 이르게 됐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기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석탄이 가장 많은 40%를 웃돌고 LNG가 20%, 나머지는 유류, 수력, 신재생 에너지 등이 차지하고 있다.
 
우라늄이 연쇄분열해 일으키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용해 증기를 만들어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의 원자력발전의 생산단가는 앞서 언급한 전력생산원 중 가장 저렴하다. 신재생 에너지는 킬로와트 당 186.7원으로 67.9원인 원자력에 비해 거의 3배 비싸다.(2016년 기준. 자료출처: 이경 인문사회 웹진 - 김이상의 시사체크)
 
6%에 불과한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30%까지 끌어 올리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려면 엄청난 크기의 부지가 필요하다.
 
美 애리조나주에 있는 세계 최대의 태양광 발전소. 유튜브 영상 갈무리: GeoBeats News
 
도로 하나를 짓는 데도 공사비보다 더 많은 토지보상비를 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과연 얼마나 싼 값에 시설을 확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부족한 일조량도 문제다. 미세먼지가 없어도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많고 흐린 날이 많은 기후를 가진 나라다. 늦가을과 겨울에는 맑은 날도 안개와 연무 때문에 햇볕이 강하지 않다.
 
그리고 태양광 패널을 사용한 발전은 생각보다 비효율적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태양광 패널을 공급해 가정용 전기를 만들어 쓰는 사업, 태양광 주택을 지어 보급하는 사업이 모두 정착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다른 신재생 에너지인 풍력발전 또한 문제를 안고 있다.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토지가 많이 필요하고 바람개비가 돌아갈 때 소음이 심해 근처 주민들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대기가 정체되고 바람이 잔잔한 날이 많은 우리나라 기후도 풍력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석간만의 차가 커서 이를 이용하면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해 십년 넘게 건설한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전기를 많이 만들어 희망적이라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환경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를 더 많이 쓰고 동시에 전기요금은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에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전기생산 의존도가 가장 높으면서 환경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화력발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이 원자력 발전만 콕 짚어서 없애겠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미래 비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수준은 올라간다. 그리고 지금 휘발유와 경유를 태우며 도로를 누비는 수천만 대의 자동차들이 20년 내에 전기자동차로 바뀔 것이다.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 막대한 전력수요를 지금 전력 생산구조로도 감당할 수 없는데 전력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원전을 조속히 없애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래를 내다보고 비전을 제시 한다면 원전보다 석탄 화력발전을 먼저 줄여야 한다. 발전소 건설비용이 저렴하고 비교적 싼 값에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손쉽게 쓰고 있는 방식이라 실제 40%의 전력을 석탄을 태워서 만든다.
 
석탄을 태우면 엄청난 양의 매연과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 각종 오염물질이 뿜어져 나온다. 석탄발전소가 몰려있는 충남 보령 일대의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당장 석탄 화력발전을 줄이고 모자라는 부분을 LNG와 원전으로 대체하면 전력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친환경 발전 기술을 계속 개발해 안정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수급하게 되면 그때 LNG와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면 될 것이다.
 
전력을 생산하는 사업은 엄청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계속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미리 앞서서 계획하고 시설투자에 나서야 한다. 발전소 하나를 짓는 데만도 최소 5년, 원전의 경우 10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잘못된 전력수요예측 때문에 2011년 9월 15일 우리나라는 초유의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를 맞았다. 이는 당시 행정당국의 전적인 잘못은 아니다. 블랙아웃 사태가 일어나기 5년, 10년 전 미래 수요예측을 잘못한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크다.
 
이렇듯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계획하는 것은 중요하다.
 
당국은 당장의 구호나 이슈에 편승해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말고 보다 멀리 내다보고 지혜를 모아 미래를 준비하는 슬기로움이 필요하다. 담당 공무원들은 당장 눈앞의 성과나 목표달성에 급급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지금 하는 준비가 우리의 10년 후 미래를 결정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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