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 분노의 뿌리 이해하면 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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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운전, 분노의 뿌리 이해하면 답이 보인다!
  • 교통뉴스 한명희 기자
  • 승인 2016.10.2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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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Danger)에서 한 치 모자라는 것이 화(Anger)”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 화는 바이러스와 같아서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을 해치는 도구가 된다. 방울뱀은 섬뜩한 광적 표현으로 분노를 드러내며 극도로 화가 난 상태에서는 자신의 몸을 물어 뜯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은 어떠할까?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화가 나면 자신을 학대하기도 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기도 한다. 분노 상태에서는 바른 판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참을 인자 세 번 새겨라”, “화내면 지는 거다”라는 소리를 어릴 적부터 들어왔다. 화를 표현하지 말라는 억압된 정서가 지배적이었다. 이는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치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체면문화로 인해 오랜 시간 우리 문화는 화에 대해 금기시하고 좋지 않은 표현으로 치부하여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적절하게 자기표현을 하지 못하고 억눌린 화는 사라지지 않고 마음 속 깊이 내재해 있게 된다. 근래에는 사회ㆍ경제 문제는 물론 가정적으로도 많은 위기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미디어는 중독, 폭력, 살인, 자살, 도박, 보복운전 등 다양한 분노폭발의 현장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람들의 억눌린 분노가 이곳저곳에서 어느 날 갑자기 극단적인 상황으로 나타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자를 감옥에 가두는 것이나 법규를 위반한 자에게 바른 선도 없이 무조건적 범칙금 부과로 마무리하는 것은 손쉬운 행정이다. 보복운전자에게 벌금을 부여하고 면허를 취소하는 것 또한 아주 손쉬운 방법에 속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에 1차적 처벌로서는 동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근원적 대안은 될 수 없다. 지금은 우리 사회 구성원의 심리적 구조에 대한 진단이 필요할 때이다. 국민들의 분노에 대한 바른 이해가 있어야 하고, 분노하는 이들의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보복운전과 정부의 처벌정책
2016년 상반기에만 보복운전으로 입건된 사례는 1000여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5명이상이 보복운전으로 적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너무 사안이 시급하다 보니 정부에서는 도로교통법싱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7월 28일 전면 시행하였다. 개정안에는 형사처분 뿐 아니라 보복운전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 및 취소처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위험한 장소에서 고의적인 사고를 내거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까지 적용된다고 한다. 보복운전도 중대한 범죄행위로 정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복운전은 운전자의 부적절한 분노표현이다.
보복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받은 해를 그만큼 되돌려 주는 일’인 것이다. 그에 비해 보복운전은 ‘도로 위에서 일어난 사소한 시비를 기화로 하여 고의로 자동차를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공포를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복운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어쩌면 넘어갈 수도 있는 사소한 시비가 누군가에게는 과장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과장된 해석이 결국 도로라고 하는 예민한 장소에서 상해 또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복운전은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 보복운전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사회적 불평등이 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분노가 양산되고 있지만 올바르게 표현되거나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억눌린 분노는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될 수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보복운전인 것이다.

왜 운전대만 잡으면 거칠어지는 것일까? 도로처럼 익명성이 유지되는 곳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 드러나기 쉽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소외된 사람들 또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은 운전석에 앉게 되면 다른 차량들을 물체로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자기 감정에 충실히 몰입하는 이기적인 감정현상이 나타난다. 흡사한 심리를 살펴보면 자신의 신체가 노출되지 않는 야간에 범행을 하는 방화범, 복면을 한 치한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사람들은 자신보다 힘이 없거나 자신이 피해받을 염려 없는 약한 대상을 찾아 분노를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집에서 부부간에 갈등이 생길때 자녀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평온한 가정에 쏟아부어 가족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보복운전도 약간의 만만한 상대에게 자신의 불안을 과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아무런 필터링 없이 표현한다는 것은 감정관리가 안 되는 것이다. 감정은 갑작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질을 비롯해 성장환경 등의 여러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단순히 행위나 현상을 고치려는 시도나 접근은 절대 올바른 답을 구할 수 없다. 내면에 숨겨진 분노라는 감정에 주목해야 한다. 보복운전은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며 그 충격은 트라우마로 남아 오랜 시간 후유증에 시달리게 할 수 있다.

분노뿌리를 이해하면 보복운전을 예방할 수 있다
분노를 품은 자는 분노를 풀 대상을 찾아 헤맨다. 대상이 없으면 대상을 만들어서라도 분노를 푸는 것이다. 분노라는 것은 하나의 에너지로서 긍정적으로 사용법을 터득하지 못한 부정적인 에너지일 뿐이다. 그러므로 분노는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은 좋지 않다.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분노는 무의식에 분노가 두텁게 쌓인 상태이다. 무의식은 내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게 들어온 것이다. 무의식은 본래 내 것이 아니다. 무의식의 주인은 부모이거나 양육자가 될 것이다. 화내는 사람은 자신의 부정적 감정에 익숙해져서 마치 화내는 자신의 모습이 원래의 자기자신인 것으로만 인식하곤 한다. 무의식과 의식을 통합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분노는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심리상태로 감정이 억압된 상태이다.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건강하게 자신을 표현하며 자란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성적인 감정 전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은 양육자인 부모로부터 자신의 감정을 무시당하며 소화시킬 수 없는 나이에 피해자처럼 당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감정조절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감정채널이 고정되었다고도 한다. 어릴 때 고정된 부정적 신념이 성인이 된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물질만능주의가 되고 가정은 이혼과 여러 갈등상황에 노출되어 정서적인 교류는 사라지고 부정적 에너지가 팽배해 있다. TV나 영화, 게임 물을 들여다보아도 그야말로 보복이 만연하며 우리의 감정을 조장하고 있다. 보복운전에 대한 대처는 문화적인 측면과 더불어 사회의 1차집단인 가족체계가 건강하게 출발하도록 기초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내면에 자리 잡게 된 분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평소 이 분노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스콧 스프라들린(Scott E. Spradlin)는 「감정조절설명서」에서 “분노에 대한 4가지 반대행동”을 권하고 있다. 첫째, 분노에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둘째, 몸 언어와 자세를 바꾸어라. 화날 때 심호흡을 세 번하거나 주먹 쥔 손을 펴고 힘을 빼라는 것이다. 셋째, 얼굴 표정을 바꾸어라. 표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바뀐다는 것이다. 넷째, 현재 느끼는 분노의 반대 행동을 하라. 단순해 보이지만 효과는 크다. 아무리 큰 분노라도 바닥이 있고 끝이 있는 법이다. 분노의 근본 원인에 대한 이해와 지속적인 운전자 교양교육 등을 통하여 보복운전은 충분히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기 / 철학박사, 루터대학교 상담학과 겸임교수, 한국사춘기심리상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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